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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가 학생들의 성적을 단체 대화방에 공지한 것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14일 국가인권위는 "ㄱ대학교 총장 대행에게 향후 유사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도록 권고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ㄱ대학교 교수 A씨는 재학생인 B씨를 포함한 학생들의 이름과 성적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공지했다. B씨는 이런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씨는 진정에서 자신이 입원한 상태로 A씨 수업의 기말고사에 응시할 수 없었는데, A씨가 단체 채팅방을 통해 자신의 성적 부여 방법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실제로 A씨는 과 대표를 통해 당시 B씨의 기말고사 성적점수를 중간고사 성적의 90%로 부여할 것인지, 50%만 부여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A씨는 시험 성적 공개에 대해 "해당 시험은 일종의 쪽지 시험 형태로 최종 성적과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B씨의 성적 부여 방법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B씨의 시험 미응시가 급한 수술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B씨가 긴급수술 및 중병 발생 시 7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규정된 병원 진단서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인권위에 "혼자서 시험을 보지 않았고 기말고사가 중간고사보다 어렵기 때문에 중간고사 성적의 90%를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해 A씨의 이런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개인의 성적 점수는 다른 사람에게 공공연히 알려질 시 개인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채팅방에 진정인을 포함한 학생들의 이름 및 성적을 공개적으로 게재한 피진정인의 행위는 학생들의 학습에 필요한 안내라는 당초 목적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이어 "진정인의 성적 부여 방법에 대해 단체 채팅방에 투표를 하도록 지시해 진정인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며 "학칙시행세칙 등 제반 규정에 따르면, 추가시험 면제를 정의하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ㄱ대학교의 학생시행세칙에 따르면,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추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을 정도의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면 증빙서류 및 사유서를 첨부해 지도교수와 학과장을 거쳐 교무처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총장의 승인을 얻어 전·후시험의 90%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다만, 성적 부여 방법을 공개적으로 논의한 행위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이미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는 점을 들어 진정 기각했다. 인권위는 이미 인권침해에 대한 회복이 이루어져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각 결정을 내린다.
인권위는 교수 A씨가 입원 중인 B씨에게 추가 시험을 치르기를 강요했다는 진정내용에 대해서도 '기각'을 결정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기말고사 미응시로 인한 추가 시험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B씨의 퇴원 날짜보다 이른 시점에 시험을 보러오라고 말했다.
B씨가 "퇴원이 늦어 시험을 보러 가기 어렵다"고 하자, A씨는 "성적이 나와야 하니 시험지를 들고 병원으로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병원에서 시험을 보는 것은 불가하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추가 시험 규정에 맞는지 학과 사무실에 문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다만, 이틀 후 다시 B씨가 "병원에서 시험을 쳐야 하느냐"고 묻자 A씨는 "학과 회의를 통해 퇴원 이후에 시험을 보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답했다. 같은 달 A씨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학생들에게 추가 시험 안내를 공지했다.
인권위는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피진정인이 입원 중인 진정인에게 시험을 강요하였다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