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발언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정 전 총리가 대선 기지개를 펴며 대권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에 각을 세우고 나선 것. 유력 후보군에 견제구를 날리며 존재감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직인 총리자리에서 내려온 만큼 발언도 강해졌다. 언론과의 접촉을 늘려오던 정 총리는 지난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은 물론 여당 후보인 이 지사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내놨다.
우선 윤 총장에 대해서는 "검사밖에 해본 게 없지 않나"라며 "반사이익 측면이 더 크고 내용물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역대 검찰총장들이 정치권으로 직행한 선례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임기도 다 안 마치고 중간에 사임해 정치로 직행한다면 국민들이 계속 박수를 치실까? 검찰 조직에도, 국가에도 불행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도입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청와대에 공개검증을 요구한 이 경기지사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그 검증은 청와대가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 지사는 중대본에서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 전 총리는 "스푸트니크V에 대해선 작년부터 복지부가 내용을 잘 검증하고 있는 안"이라며 "우리가 화이자 등 그런 회사들과 7900만 명분을 이미 계약했기 때문에 당장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 검토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안전성이 입증됐고, 국민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백신을 확보했다는 반박이다.
그러면서 "백신의 구매와 관련해서는 전체적으로 식약처나 질병청이나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돼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할 일이 있고, 지자체가 할 일이 따로 있다"며 "(이 지사가)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신과 관련해서 정 전 총리는 인터뷰 도중 "저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입문을 시키기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발탁을 하고 또 문재인 대통령께서 총리로 저를 쓰셨다"며 "그런 과정에서 우리 당이나 민주정부 그리고 국민들께서 많은 기회를 주셔서 훈련이 잘 돼 있다"고 자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총리가 이처럼 공직에서 내려와 공식 출마선언 전부터 활발한 활동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 총리는 1월부터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4.7 재보궐 선거 직후 퇴임을 하려했다. 하지만 이란 출장 등의 긴급한 일정이 생기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정 전 총리는 오는 25일 봉하마을 참배를 시작으로 일주일 간 영·호남, 충청권 등 지방을 순회하며 활동을 이어간다.
지역을 돌며 지역 언론들과의 시간도 갖는다. 또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여당의 상임고문으로서 당 개혁에 대한 의견도 개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어 5월 초 대대적으로 출마 공식화에 나선 뒤에는 활발한 정책 토론으로 준비된 '경제 대통령'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책위의장, 산업부장관 등을 거치며 쌓아온 정책적 경험과 노련함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경제 회복이 절실한 시대 상황에도 가장 적합한 리더란 점도 강조하기 위해서다. 정 전 총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 여야 정치인을 통틀어 경제는 내가 제일 선수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공직에 있을 때는 하지 못했던 정치적 발언을 하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오랜시간 정책 분야에서도 뛰어온 만큼 미래를 위한 전문가들과의 토론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