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어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의 공시 대상 기업 집단 71개를 발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대기업이고요. 그중에서도 자산 규모가 5조원을 넘어가면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을 하는 거죠. 여기에 지정이 되면 총수, 정확한 공식용어는 '동일인'이라고 하는데 총수를 지정합니다. 그 다음에 혹시 그 총수가 가족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는 하지 않았는지, 내부거래는 없는지 등을 철저히 감시하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 공정위가 대기업이라고 지정한 곳 71개고요. 그중에 최대 이슈는 쿠팡이었습니다. 쿠팡이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자산 5조를 넘겨서 공시 대상 집단기업에 들어가는데 그 총수를 김범석 의장으로 지정하느냐, 마느냐. 이게 쟁점이었어요. 왜냐고요? 김범석 씨는 국적이 미국이거든요. 그런데 어제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들어보죠. 공정거래위원회 김재신 부위원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부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김재신> 네, 안녕하세요.
연합뉴스
◇ 김현정> 쿠팡도 올해 처음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들어갔고 그래서 여느 대기업처럼 총수가 누구인지를 딱 정해서 감시하고 규제할 줄 알았는데 지정을 못 하셨네요? 왜 그렇습니까?
◆ 김재신> 저희가 못 한 건 아니고요. 지금 현행제도 하에서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데 약간 애로가 좀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그리고 실익도 현 시점에서는 크지 않았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그동안 한국GM이나 에스오일 등 외국계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회사의 최상단 지배 회사를 동일인으로 그동안 일관되게 지정해 왔다는 점이 있고요.
또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서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규제하기에는 좀 일부 미비한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앞에 말씀드린, 지금 시점에서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 주식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사의 범위에 전혀 변화가 없고요. 또 특히 김범석 의장 같은 경우에는 국내에 개인 회사나 친족이 보유한 회사가 전혀 없습니다.
◇ 김현정> 가족회사가 전혀 없어요?
◆ 김재신> 네, 개인회사도 없고 가족회사도 없고요. 또 그 배우자의 친인척도 들어가는데요. 배우자도 아시다시피 대만계 미국인이어서 국내에 하여튼 이런 일가가 갖고 있는, 친인척이 갖고 있는 회사가 전혀 없어서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 저희들이 이번에 그동안의 관례대로 '쿠팡주식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을 했습니다.
◇ 김현정> 동일인이라는 말이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하면 총수라고 하면 되는 거죠?
◆ 김재신> 그렇습니다. 개인인 경우에는 총수가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리하여 쿠팡의 총수는 미국인 김범석이 아닌 '쿠팡주식회사' 그러니까 쿠팡의 총수는 쿠팡이네요? 좀 이상하긴 한데... (웃음) 쿠팡의 총수는 쿠팡이 된 거예요.
◆ 김재신> 네. 우리나라 예를 들어서 KT 기업집단의 동일인은 KT입니다. 특정한 개인으로 지배하는 사람이 없고요. 포스코 같은 경우도 주식회사 포스코가 포스코그룹의 동일인이고요. 그 동일인이 포스코 기업집단의 전체적인 지정 자료와 관련된 자료 제출 의무들에 대해서 다 회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겁니다.
연합뉴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쿠팡 같은 경우에는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 INC라는 회사의 지분 10%를 김범석 의장 개인이 가지고 있고, 의결권은 심지어 76%를 가지고 있어요. 76. 7%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워낙 지배권을 많이 행사하는 사람이 김범석이라는 개인이기 때문에, 이 경우는 이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기만 하면 당연히 총수가 돼야 되는 건데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예요.
말씀하신 대로 '지금 가족들 중에 일감 몰아주기를 할 회사를 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 지장 없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말씀할 수 있지만 끝내 김범석 총수의 일가 누구도 회사 경영에 참여 안 하고 자기 회사 운영 안 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영원히 그런다는 보장이 있을까 싶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재신> 일단 저희가 우리 국내 쿠팡 계열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누구냐에 관해서는 방금 말씀하셨듯이 김범석 의장이 지배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 김현정> 없죠.
◆ 김재신> 다만 김범석 의장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거든요. 그런 경우에 우리 법률상 책임과 의무가 부여되고 그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 행정벌이나 형사벌이 부과가 되는 그것들을 외국인에게 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좀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동일인이 한국계 외국인이 총수로 등장할 수 있는 첫 번째 사례가 나온 거고요.
◇ 김현정>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여러분. 총수 중에 미국인이, 외국인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 김재신>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총수 2세들 중에 또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동일인의 지정 기준과 요건, 절차 그다음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때 넘어야 될 어떤 보완책은 없는지, 이런 것들을 저희가 제도개선 방안을 즉시 검토에 착수할 거고요.
◇ 김현정> 그런데 제가 조금 아쉬운 건 부위원장님, 공정위한테 아쉬운 건 아직까지 한 번도 외국인이 총수 후보에 올랐던 적이 없는 건 맞아요, 맞지만 그럴 가능성은 늘 열려 있었던 건데 왜 미리 대안을 좀 마련하지 못했는가? 그 부분이에요.
◆ 김재신> 사실은 그동안에 우리가 외국계 기업 집단에 대해서는 저희가 아까 말씀했듯이 국내의 개인이든 회사든 외국인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정을 하지 않았고요. 국내 최상단 회사를 지정해서 관리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거에 따라서 우리 국내의 계열 회사들에 대한 국내의 외국계 기업집단의 계열 회사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이 실효적으로 적용이 됐었고요.
다만 이게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국내에 친족을 두고 있는 사람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첫 사례여서 저희들이 바로 제도개선 방안을 착수할 거고요. 매년 5월 1일을 기준으로 해서 동일인을 지정해 나갑니다. 그래서 이번에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을 새로운 동일인으로 지정했듯이 저희가 제도개선해서 필요하고 기준과 요건에 맞으면 언제든지 그 기준에 맞는 것을 바꿔나갈 수 있는 문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그러면 내년에는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도 지금 열려 있다는 얘기네요. 내년은 모른다는 말이네요?
◆ 김재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요. 저희가 앞에 말씀드렸듯이 지금 우리 공정거래법에 있는 기준요건 절차들을 보완하고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을 때에 생길 수 있는 문제점, 그리고 보완책 같은 것을 이제 충분히 준비를 해서 그 기준과 요건에 맞으면 그 원칙에 따라서 동일인, 총수를 지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김재신 부위원장, 오늘 도움말씀 고맙습니다.
◆ 김재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사실 이 문제를 저희가 제기한 건 뭐냐면 앞으로 기업인들은 총수가 될 경우에 대비해서 국적을 외국으로 돌리는 꼼수 쓰지 않겠느냐? 2세, 3세들 국적을 아예 외국으로 해 놓는 걸 걱정해서 이걸 따지는 겁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비책을 만들겠다고 하니까 우리가 확실하게 이 부분을 짚으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