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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영장 신청' 놓고도 정면충돌…확산일로 공수처-검찰 갈등



법조

    '경찰 영장 신청' 놓고도 정면충돌…확산일로 공수처-검찰 갈등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발표→대검 '공식 비판' →공수처 '즉각 반박'
    대검 "경찰이 공수처 영장 신청 규정한 것은 형사소송법에 정면 상충"
    공수처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 영장 신청? 검사 비위 견제 '공수처법' 반(反)해"
    전문가들 "규칙은 타 기관에 구속력 없어…대통령령으로 정하거나 양 기관 협의 해야"

    연합뉴스

     

    사건 이첩 규정을 둘러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의 갈등이 확산일로다. 공수처가 검찰로 이첩한 사건이라도 기소여부는 공수처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논란의 불씨를 지핀데 이어 이번에는 경찰이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양 기관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법안에 담겨야할 민감한 관할권 규정이 아예 빠지면서 자초된 '예견된 참사'라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두 기관 모두 이 부분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어서 그 때까지 수사 일선에서 빚어질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발표…대검은 "적법절차 위배" 십자포화

    공수처는 4일 사건사무규칙을 발표하면서 검찰이 반발해왔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가 넘긴 사건의 수사는 검찰이 하더라도 최종 기소 여부 결정은 공수처가 하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기소 권한은 공수처가 최종적이고 우선적으로 갖겠다는 의미다.

    이 조항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수사를 이첩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표면에 떠올랐다. 수원지검은 불법 출금에 깊이 연루된 혐의로 이규원 검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자 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지난 3월 이 검사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했다. 당시 수사검사는 물론 수사관조차 갖추지 못한 공수처의 현실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공수처가 공문을 통해 '공수처 공소 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수사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한 부분이 큰 문제가 됐다.

    검찰 내부의 반발은 거셌다. 엄연히 검찰이 형사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검찰이 수사한 사건은 기소 여부 역시 검찰이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규원 검사를 직접 기소하는 방식으로 공수처의 재· 재이첩 요구를 묵살했다.

    박종민 기자

     

    대검찰청은 사건사무규칙을 만들기 전 공수처와 협의 단계에서도 이런 주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이날 사건사무규칙에 이 내용이 그대로 담기자 공식 반대입장을 거듭 밝혔다.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는 게 반대의 골자다. 대검 측은 "대외적 구속력 없는 내부 규칙인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국민의 권리, 의무 또는 다른 국가기관의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규정한 것은 우리 헌법과 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실무상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수처와 검경 실무진들이 '공수처법 관련 관계기관 실무협의회'를 열어 논란이 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논의한 뒤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논의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기관 간 원할한 논의조차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1차 회의 때 앞으로 협의하자고 했지만 이후 협의는 없었다"면서 "당시에도 각 기관의 입장만 얘기했고 의견을 모으진 못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다른 수사기관들과 합의가 되지 않아 다른 수사기관에 의무적 규정을 두지 않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만 규정하는 형태가 됐다"면서 "검찰이 수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원의 판결 등을 보면서 정리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기관간 소통보다 법원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찰의 공수처 영장 신청' 여부를 놓고도 갈등 증폭

    대검은 검사 등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관이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하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된다고 반박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 입장에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다고 하면 검찰청으로 가겠구나 하고 변호사를 선임할 것"이라면서 "영장전담 검사들이 검찰청에 지정돼 있으니 전담검사한테 변론할 거 아니냐. 그런데 공수처로 갈지 검찰로 갈지 모르게 되는 경우 사건관계인들의 방어권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의 사무규칙 발표에 검찰이 민감하게 대응하자 공수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검 공식 입장이 발표된 뒤 몇 시간 만에 기자단에게 공식 문자를 보내 반박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연합뉴스

     

    공수처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에 검사에 대한 공소권이 부여된 것"이라며 "대검의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 1월 28일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백하게 인정했는데, 검찰은 헌재의 결정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내에서는 양 기관간 충돌이 예상됐던 현상이라는 시각이 많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경찰로 이첩했을 때 사건에 대한 영장 신청은 공수처 검사에 하는게 맞지만, 공수처와 검찰 관할권이 겹치는 사건의 영장을 신청할 경우, 어느 기관에 신청하느냐가 문제"라면서 "이런 경우 누구에게 영장 칠 지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수사기능의 양축을 담당하는 두 기관의 갈등이 좀처럼 진화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도적 보완 없이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승 연구위원은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사건사무규칙에 담은 것은 구속력이 없어 검찰이 따를 의무가 없다"면서 "유보부 이첩이 실효적으로 이행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해서 판단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양 기관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선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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