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이스 원태인과 포수 강민호. 연합뉴스
1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
삼성이 1대0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2사 1,2루 위기에서 '다승 1위' 원태인은 KT의 간판 타자이자 '타율 1위' 강백호를 만났다.
그런데 원태인은 강백호와 중요한 승부를 앞두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날 경기 최대 승부처였지만 원태인의 표정은 오히려 밝아졌다.
경기 후 원태인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이유를 묻자 "맞더라도 내가 맞자고 생각했다. 긴장감 속에서 던지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감도 있었다. 지금 KBO 리그의 최고 타자니까 즐기자는 생각에 그렇게 웃음이 나온 것 같아. 워낙 친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본격적인 승부에 임하기 전 고개를 돌려 우연히 전광판을 봤다.
전광판을 통해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이 1.01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기 전까지는 1.18이었다.
원태인은 "오늘 평균자책점을 안 봤다. (강)백호 형을 상대하기 전에 보니까 1.01이었다. 이번에 막으면 0점대로 떨어지나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 정도로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원태인은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이날 주무기로 활용한 체인지업을 던졌고 강백호는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원태인이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사이 강백호는 방망이와 헬멧을 바닥에 던지며 맞대결에서 패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7회말 위기 극복은 원태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과제였다.
원태인은 7이닝 5피안타 4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삼성의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첫 경기 패배 후 파죽의 6연승을 달렸고 시즌 평균자책점을 1.00으로 낮췄다. 두 부문에서 모두 압도적인 리그 1위다.
강백호와 대결에서는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판정승을 거뒀다.
올해 들어 에이스급 투수로 발돋움 한 원태인은 이미 프로야구 최정상급 타자로 인정받는 강백호와 정면으로 붙고 싶었다.
원태인은 과감했고 젊은 나이에도 노련했다.
그는 "투스트라이크 전까지는 빠른 공 승부를 많이 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신인 때 몇번 맞대결 했을 때 그때는 직구 타이밍을 잡는 것 같아 체인지업을 던졌다. 포수 (강)민호 형이 직구 승부를 하자고 했는데 내가 바꿨다"고 말했다.
둘은 매우 친한 사이다. 원태인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403을 기록한 강백호를 3할대 타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거워 했다.
"많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어보인 원태인은 "고교 때부터 많이 봤던 친한 형이라 더 잡고 싶었다. 나로 인해 타율이 3할대로 떨어지면 좋겠다 했는데 봉쇄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아, 이거 인터뷰 나가면 백호형에게 전화가 올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만약 강백호에게 실제로 전화가 오면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원태인은 "어제 커피도 얻어 마셨는데 일단 미안하다고 해야겠다"며 "아마 형이 봐줬다고 할 거 같은데 7회에 못 치고 반응한 거 보니까 봐준 건 아닌 거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