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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살배기 학대한 아빠, 입양 전 심리검사엔 '타인 고통 공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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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살배기 학대한 아빠, 입양 전 심리검사엔 '타인 고통 공감형'

    양부 사전 심리 진단 "감정 기복 적고 평온"
    아내 심리 "낯선 사람 위해 위험 무릅쓸 정도"
    입양 가능 결론…하지만 결국 아동학대 발생
    전문가 "철저한 사전 검증, 기관 협조체계 구축"

    두 살 입양아를 학대해 반혼수 상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 양부 A씨가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두 살배기 입양아동을 학대한 경기도 화성 30대 양부의 '입양 전 심리검사'가 신뢰성을 잃으면서 '입양가정에 대한 사전 검증체계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차례 학대에도…양부·양모 사전 진단 '심리 양호'

    14일 국민의힘 권영세 국회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입양실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양부 A씨 부부와 B양의 입양 절차를 주관한 C입양기관은 지난 2019년 전문기관을 통해 이 부부에 대한 심리 검사를 진행했다.

    심리 평가 보고서를 보면 "(A씨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를 경험한 후에 회복하는 능력이 양호하다"며 "감수성이 아주 풍부하지는 않아도 타인의 감정과 아픔을 적절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록돼 있다.

    또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감정의 기복이 적고 평온한 감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타인을 위한 사랑을 실천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낀다"며 "대체로 억제적인 편이어서 화가 나더라도 분노감을 행동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모의 경우 "혐오스러운 자극에 접하면 행동이 억제되는 위험 회피 성향은 매우 낮은 수준에 해당된다"며 "낯선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을 할 정도로 대담하고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학대 현장에 있으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방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황과 대비된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입양하는 데 문제 없다'는 소견을 냈다. 입양과 이후 부적응 문제를 초래할만한 뚜렷한 이상 징후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살배기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한 아파트단지. 정성욱 기자

     

    ◇'허점' 드러난 입양기관 가정조사

    C입양기관이 입양 사후관리를 한 뒤 작성한 가정조사 보고서에서도 학대 관련 정황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입양 이후 1년간 아동의 상태를 확인해야 된다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C기관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4월 등 3차례 가정조사를 진행했다. 가정방문은 첫 사후관리 때만 이뤄졌고, 이후에는 양모와 전화, 이메일로 아동의 적응 여부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조사했다.

    가정방문 당시 이들 부부는 "입양 전에 아동이 아직 어려서 금방 적응하고 편안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함께 지내다보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진행된 이메일, 전화 조사에서는 "감정 기복이 심할 때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지만, 이에 대해 기관 측은 아동의 생후 개월 수에 따른 심리상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관련 책자를 안내했을 뿐이다.

    ◇"입양아 보호 우선…기관 공조체계 갖춰야"

     

    이처럼 피해 아동의 입양가정에 대한 사전 검증과 사후 관리에 한계가 드러난 데 대해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권영세 의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후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입양 아동에 대한 보호가 우선 돼야한다"며 "입양가정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고 사후에도 입양아에 대해 꼼꼼히 모니터링을 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배근 회장은 "입양가정 관련 정보들을 기반으로 관련 기관들이 체계적인 공조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입양기관뿐만 아니라 지역별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 경찰 등이 입양가정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학대 예방에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양부모들이 입양 아동을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지 기질적, 심리적 특성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아동학대 발생 위험척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6시쯤 A씨 부부는 경기도 화성시 자택에서 B양이 의식을 잃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당시 B양은 뇌출혈 증상을 보였으며, 얼굴 등 신체 곳곳에서 멍자국이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양부를 긴급체포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가 인정된다"며 1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달 4일과 6일에도 집에서 B양을 한 번에 4~5회씩 때린 혐의도 있다. 그의 아내 역시 학대 행위를 방임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가정에 대한 조사서 내용 중 입양동기에는 "결혼 전부터 입양에 대한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며 "아동들이 부모님 없이 시설에서 성장할 때 가정이 없음으로 인해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입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오다 입양을 결심했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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