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대선 경선을 앞두고 한창 몸풀기 중인 여권의 대권 잠룡들의 호남 표심 잡기 경쟁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민주 진영의 최대 행사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이 다가온 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민주당의 '안방'으로 여겨지는 호남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면 최종 후보가 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윤창원 기자
◇호남 출신 이낙연·정세균…광폭행보 나서며 반등 위한 안방 주도권 싸움에 올인각각 전남 영광과 전북 진안 출신이자, 상당 기간 정치활동을 호남에서 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18을 전후한 일주일여의 기간을 호남 일정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광주에서 본격적으로 일정을 시작한 이 전 대표는 14~16일 사흘 동안 매일 5·18민주묘지를 찾아 1시간가량 묘비를 닦는다.
다른 정치적인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5·18에 대한 자신의 애도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민심과 정책 행보도 병행한다.
말바우시장과 남광주시장 등에서 시장 상인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 아시아문화전당 ACT센터,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 광주 트라우마 센터 등 다양한 곳을 찾았다.
광주와 함께 전주, 목포에서도 일정을 소화한 그는 16일 가칭 '광주 선언'을 통해 대선 비전을 구체화한다.
첫 신복지 포럼도 광주에서 시작한 데 이어 선언도 광주에서 가장 먼저 갖는 것은 그만큼 호남에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전 대표 측 측근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 호남 여론은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바로미터와 같다"며 "최근 다소의 지지율 회복이 호남에서 이뤄진 만큼 이번 일정들을 기화로 향후 1주일여는 호남에 올인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도 고향인 전북에서 광폭 행보에 나섰지만 이 전 대표와는 다소 결이 다른 행보다.
정치인, 청년창업가, 수산업연합, 시장상인, 농민단체연합 등 각계각층 인사들과의 간담회를 연이어 잡으면서 경청 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총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대형 이벤트를 통해 눈길을 끌기 보다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현안에 대한 민심을 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현역 광역지자체장으로서,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시절과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다양하게 현안에 관여할 수 있었지만 정 전 총리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오로지 방역에만 매진해 왔다"며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초반에는 최대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전북 행보를 마무리한 후에는 여수와 순천 등 전남 지역을 살핀 후 5·18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권 대선주자 레이스에서 2위, 3위를 달리고 있는 두 후보가 1위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고향에서의 승리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호남에서 '적자'(嫡子)로 인정을 받는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의 향후 레이스는 엄청난 격차를 보일 것이 자명한 만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