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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완화, '빚 내서 집사라'…박근혜 정부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경제정책

    LTV 완화, '빚 내서 집사라'…박근혜 정부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국토부 장관 "부동산시장 '변곡점'에 서 있다"는데 대출 규제 완화론
    "상대적인 저소득 계층에 폭탄 돌리는 위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오른쪽은 아파트 단지. 박종민 기자·연합뉴스

     

    "죽비로 맞고 정신이 번쩍 든 듯한 심판을 받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부동산정책 자평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를 비롯한 대출 규제 완화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당 대표의 발언을 통해 LTV를 일부 '90%'까지 늘리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집값이 급등한 시점에 '빚내서 집 사기'를 권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시장이 안정 전환과 과열 지속의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할 만큼 중요한 시점에서 정치권의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LTV 완화, 수치 정해진 건 아냐" 선 그었지만…

    현재 LTV는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 원 이하 주택 기준 40%, 조정대상지역에서 50%로 설정돼 있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70%다.

    최근 제기되는 LTV 완화론은 규제지역 무주택 청년층을 대상으로 LTV를 대폭 완화하는 구상이다.

    비규제지역 수준인 70%까지 수치를 높이는 데다, 초장기 모기지 형태로 대출 폭을 20%p를 더해 최대 90%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를 두고 "와전된 수치"라고 말했지만, 송영길 대표는 재차 "경선 때 90%까지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여당) 부동산 특위와 정부의 협의 과정에서 조정될 것"이라며 "정부 측도 90%까진 아니지만 LTV 조정에 공감하고 있다"고 송 대표는 밝혔다.

    어떤 수위로든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연합뉴스

     

    ◇금리 리스크 커진 상황에 '빚내서 집 사라' 시즌2?

    사실상 '빚내서 집 사라'는 기조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TV를 기존 50%에서 70%로, DTI(총부채상환비율)를 50%에서 60%로 늘렸다.

    여당의 전신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셋값 상승 문제를 두고 "세입자 주거 안정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빚내서 집 사라'고 투기를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당 부동산 정책 TF를 구성해 LTV‧DTI '정상화' 등을 집중 추진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문제는 대출 규제 완화에 더 적절하지 않은 방향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7년 사이 폭등한 집값에 청년층의 주택 마련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4년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4억 7620만 원에서 정확히 7년 뒤인 올해 4월 기준 9억 8666만 원으로 2배가량 치솟았다.

    '집값 잡기' 대신 대출 완화를 선택하는 것이 "집값이 계속 오를 테니 '영끌'도 괜찮다"는 신호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상 최대 수준의 가계부채에 미국발 금리 인상 등도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는 점도 큰 부담이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2014년 당시에는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고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해외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진정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금리 상승 개연성이 높아지는 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대출 규제 완화가 전반적으로 이뤄질 경우 금리 상승 상황에서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소득이 충분하고 대출 상환에 큰 어려움이 없는 계층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NEWS:right}

    스마트이미지 제공

     

    ◇DSR 규제 있어도…"저가 주택 구매에 '폭탄' 위험 커질 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소득 대비 대출이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고가주택의 경우는 대출을 그만큼 많이 받아야 하는데, LTV를 높여도 DSR 규제가 작동하면 대출액수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저가주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대출을 통해 매입이 가능한데, DSR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LTV가 높아지면 대출이 커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지금처럼 집값이 올랐고 금리 상승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LTV를 높이면 '영끌'로 저가 주택을 구입하는 일부 계층에 위험을 키운다는 견해도 있다.

    한성대 경제학부 김상봉 교수는 "7월부터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되는 만큼, LTV 완화가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경기 하락기에 (빚내서) 저가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통의 근로소득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약한 상태에서 저가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에 '폭탄'을 맞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 경우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보다 대출 부담이 더 커지는 '깡통주택'이 될 위험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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