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평가분류원. 연합뉴스
관세청이 유령청사로 변한 관평원 신청사사업을 추진하면서 청사건립 주무부처인 행안부에 보낸 공문은 딸랑 한 장에 그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이한 행정처리이거나 특공을 염두에 둔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확보한 행안부·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8년 2월 26일 행안부에 정식 공문을 보내 이전기관 변경 고시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1차고시에서 제외된 관평원을 이전기관으로 포함시키는 이전기관 변경고시를 요청한 내용인데 이미 땅도 사고 예산도 확보했으니 이전기관에 포함시켜 달라고 사실상 강제한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시점은 2015년 10월 청사건립 사업을 추진한지 2년이 넘은 때이다. 그럼에도 청사 건립관련 정부내 주무부처인 행안부와 공식 문건으로 협의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관세청은 토지매매 계약시점이나 예산확보 시점, 신축청사 착공시점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공문이나 적어도 구두 협의를 통해 유관기관과 협의할 계기가 있었음에도 이를 생략하거나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2월 부지매입 과정의 경우 행안부 등 유관부처와 구두 협의도 없이 lh와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을 자신들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관가의 시선이다.
관세청은 2018년 2월경 행안부와 첫 협의를 했다고 권 의원측에 밝혔지만 구두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도 중앙행정기관 등 이전계획 고시에 대한 취지 및 이전계획 변경에 대한 의견제출 여부를 전화로 문의했다고 전해졌다. 아마도 행복청이 관보를 보고 관평원이 이전대상이 아닌 것을 알아챘기 때문에 행안부의 분위기를 떠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행안부는 이러한 관세청의 이전변경 고시 요청 공문에 대해 2018년 3월 30일자 알림을 통해 불가하다는 회신을 보냈다.
세종시 관세평가분류원 청사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관세청은 이러한 공문을 받고도 자의적으로 해석한 뒤 2018년 4월 신축청사를 진행하고 2019년 9월 공사에 착수해 결국 국민혈세 171억원을 들여 '유령청사'를 만들게 됐다.
이처럼 정부기관으로서 해야 할 필수적인 행정업무는 얼렁뚱땅 처리하고 행복청으로부터는 2017년 5월 12일부터 일종의 아파트 분양 특권인 '특별공급 확인서'라는 문건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이후 전체 직원 82명이 순차적으로 특공 확인서를 받아서 이가운데 49명이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 조사에서는 해당기관 사이 주고받은 공문이나 구두 협의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실체에 접근할지는 불투명하다.
세종시민 A씨는 "수년간 수백 억 원의 국민혈세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문 한 장으로 부처 내 협의를 마쳤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특공 아파트에 눈이 멀어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생각하지 못했거나 아예 무시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