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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가능한가요?"…격오지 거주자 '가정간호'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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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여기까지 가능한가요?"…격오지 거주자 '가정간호'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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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종도 환자, 가정간호 못 구해 발동동
    운영 범위 복지부 등 명확한 지침 없어
    실제 가정간호 범위 병원별로 제각각
    실시 병원 자체도 매우 부족…울산 0개
    전문가 "보완 필요…일본 참고해야"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A씨는 요즘 인근 종합병원에 계속 전화를 돌린다. "인천 영종도인데, 여기까지 가정간호가 가능한가요?" 수화기 너머로 돌아오는 말은 늘 비슷하다. "어렵다", "기준이 안 된다", "다시 알아보겠다". 같은 대답을 들을 때마다 A씨의 속은 타들어간다. 병상에 누운 남편에게는 가정간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A씨 남편은 지난해 7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ALS) 진단을 받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난 1월 급성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 간 뒤 상황은 악화했다. 기관절개 시술을 받아 목에 L-튜브를 삽입했고, 24시간 와상 신세를 지게 됐다. A씨는 휴직하고 남편 간병에만 여력을 다 쏟고 있지만, 정기적인 가정간호 없이는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목에 삽입된 L-튜브를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은 교체해 줘야 하는데, 이는 전문 인력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감염이나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처치지만, 남편의 상태로 직접 병원에 가려면 큰돈을 내고 사설 구급차를 불러야만 한다. A씨와 남편에게 가정간호가 간절한 이유다.
     
    A씨는 인천 영종도에 거주한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인 H병원에 가정간호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병원으로부터 15㎞ 이내"까지 지원한다던 병원의 설명에 A씨는 가정간호를 신청했지만, "주행거리 기준 15㎞ 이내"라며 바뀐 병원의 말에 좌절했다. 또 A씨 집은 포털사이트 지도 기준 병원에서 30분 거리였지만, 병원 측은 "우리 기준으로 1시간 30분 거리"라고 사정을 봐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병원 밖에서 방법을 찾아봤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통해 방문진료 의사를 연결받아 4월 초 자택에서 한 차례 L-튜브 교체를 받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 차례로 끝이었다. 가정간호를 위해 온 의사는 "이동 시간이 너무 길고 수가가 낮다"며 "더 이상 방문이 어렵다"고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A씨는 이제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천차만별 기준에 사각지대 생겨…가이드라인 부재

    가정간호는 환자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환자가 심리적으로도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병원을 오가는 불편을 줄일 수 있으며, 입원치료 등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도 가정간호를 하면 입원 환자가 줄어 의료진과 병상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병상 수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필요한 제도로 평가된다.
     
    문제는 가정간호를 제공하는 병원의 운영 방침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등 당국 차원에서는 가정간호 운영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가정간호를 제공하는 범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병원이 자율적으로 가정간호 지원 거리나 범위, 운영 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씨처럼 사각지대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H병원이 사용하고 있는 가정간호 지원 기준은 주행거리 15㎞ 이내였다. 오히려 A씨 집에서 더 멀리 있던 다른 대학병원의 지원 범위가 인천 전역으로 넓었고, A씨 주거지인 영종도까지 가정간호를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강화도를 지원 범위에서 제외했다. 인천의 한 국립병원은 인천 전역을 지원 범위로 뒀지만, 이마저도 영종도와 강화도는 제외됐다. 심지어 서울의 한 유명 종합병원은 '병원이 판단할 때 근거리 지역'이라는 추상적인 기준으로 가정간호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다.
     
    또 근본적으로 가정간호를 실시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실시 병원 수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치과의원을 제외한 종합병원, 요양병원, 한의원 등 병의원 수는 약 6만 개다. 이중 가정간호를 실시하고 있는 병원은 246개 의원뿐이다. 그중 수도권인 서울·경기에만 115개였다. 광역도시별로 보면 인천 19개, 대전 17개, 대구 14개, 부산 7개, 광주 2개뿐이었고, 심지어 울산에는 가정간호 병원이 하나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가정간호 제도가 매우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는 "우리나라 가정간호 제도는 매우 미흡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은 의사가 직접 방문하는 것이겠지만, 이를 보편화하기엔 의사 수도 부족하고 지금의 수가로는 하려는 의사도 적을 것"이며 "의사에게 처방받은 뒤 간호사들이 직접 나서서 처치하는 가정간호가 가장 좋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가정간호 시설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일본은 간호사에게 직접 가정방문 시설을 개업할 권리도 주어지며, 이러한 시설이 한국과 비교하면 무수히 많고 활성화돼 있다"며 "일본과 같은 우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그는 "가정간호 수가를 올리는 것도 가정간호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측은 "병원이 가정간호를 실시하려면 가정전문간호사를 2명 이상 고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가정전문간호사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가정전문간호사가 아닌 일반 간호사도 가정간호를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마다 지원 범위가 다르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가정간호 범위 설정에 대한 지침을 바로 만들기엔 법적인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며 "지역별로 사각지대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통합돌봄, 방문진료 등을 통해 지역별로 부족한 가정 방문 의료서비스 수요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며 "가정간호를 더욱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신경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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