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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에 나온 '대만'과 '쿼드'…'경중안미' 전략 수정되나

국방/외교

    공동성명에 나온 '대만'과 '쿼드'…'경중안미' 전략 수정되나

    다른 나라의 '대만' 언급 자체를 불쾌해하는 중국
    한미정상 공동선언서 대만에 더해 '쿼드'까지 언급
    MRBM 개발 가능해진 한국
    쿼드나 인·태전략 참여는 안하지만 "연계협력 추구"
    미중 경쟁 핵심 품목에서도 한미 협력 강화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그간 경중안미(經中安美,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라는 말에서 엿볼 수 있듯, 미중 갈등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줄타기와 같은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21일(현지시간)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입장이 보다 많이 반영됐다.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 해협 문제를 거론하는 한편 '쿼드'를 포함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언급까지 들어갔다.

    한미 양국은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국과 미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도 언급했는데 한미가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언급한 대목도 눈에 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규정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가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불쾌해한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했는데 여기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 완전히 없어져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미국이 한국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MRBM을 개발해 배치하게 되면 미국은 자국군의 중거리 미사일을 굳이 한국에 배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공동성명에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역내 협력체인 쿼드와 관련해 "한미는 쿼드를 포함해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한국은 공식적으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쿼드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의 연계협력을 추구하며 공통점이 있으면 조화롭게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 국기. 연합뉴스

     

    그간 중국을 크게 의식해 왔던 한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입장을 이 정도로 반영한 것은 대북정책 등에서 협조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 자체를 명시하지 않았고, 미국이 최근 가장 문제 삼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인권침해 등에 대한 비판도 없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중국해 관련 사항들은 우리 정부가 이미 아세안 관련 회의 등에서 합의했던 사항들이고, 미국도 이미 밝혀 온 입장이다"며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합의하는 계기에 양국이 서로 이해를 같이 하는 부분들을 정리해 뒀다"고 원론적인 면을 설명했다.

    여시재 왕선택 정책위원은 "미중갈등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회피했다"며 "쿼드 가입 문제는 다자주의의 중요성 인식을 강조하는 문장에 (언급을) 포함하는 형태로 절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미중 경쟁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 친환경 EV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인공지능, AI 기술 등에서 한미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러한 첨단기술의 경우 미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미중 간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중국은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될지 비상한 관심을 보였는데, 중국을 크게 자극할 만한 합의나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며 "중국은 다행스럽게 여길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경제협력 강화가 한중 경제협력에 대해 어떠한 영향을 줄지 앞으로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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