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여권 주자 간 '2등 싸움'이 물밑에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과반 득표로 '대선 직행'을 노리자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군소 후보들이 '반(反) 이재명 전선'을 구축하면서 '2등을 밀어주자'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물밑에서 조금씩 형성되는 모습이다.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당 일각에서 조심스레 흘러 나온다.
◇너도 나도 '이재명 때리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이한형·김삼헌·정세영 기자
당장 눈에 띄는 건 대권 주자들의 '이재명 때리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노동을 하거나 안 하거나 현금을 똑같이 나눠주는 게 돈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정 전 총리도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고 러시아 백신 도입 등을 주장하며 방역에 혼란을 가중시켰다"라고 밝히는 등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 전 총리의 견제구는 지난달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는 안전하고 효과성이 없는 백신을 들여오지 않는다. 이 지사는 중대본의 중요한 일원이니 중대본에서 그런 문제를 얘기하시면 된다"고 밝힌 뒤 계속되고 있다.
'추격 그룹'에 속한 주자들도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 지사의 정책과 구상이 제대로 검증되고 있기는 한가"라며 "개헌에 대한 낮은 인식, '별장도 생필품'이라는 편향된 인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입장 급변, 기본소득 만능론 등은 후보들 간 치열한 검증과 절차탁마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청년들에게 세계여행 비용 1천만원씩 지원하겠다는 이 지사 구상을 두고 "현금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비판에 가담했다.
◇"어차피 2등 싸움" vs "2등 전략 먹힌 적 없다"
이한형 기자
이 지사에 대한 견제는 높은 지지율뿐 아니라 그를 향한 당내 친문(친 문재인계) 세력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에 기인한다.
때문에 후보들 사이에도 일단 2등으로 본선투표에 진출하게 되면 이후 친문과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 측에서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공천을 받겠다는 계산이 전해지자 '개인 플레이'로는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
민주당은 예비경선에서 후보를 6명으로 압축한 뒤 본경선을 치른다. 여기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1위, 2위 간 결선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선 경선에서 56.5%, 2017년 대선 경선에서 57%를 득표해 결선 투표 없이 당 후보로 확정됐다.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그들이 말하는 '2등 전략은' 2012년, 2017년에도 나왔던 얘기지만 실패하지 않았냐"면서 "이번에도 결선 없이 바로 50%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