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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 "회의 불참"에 "총파업" 카드로 맞선 노조…위기의 택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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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사 "회의 불참"에 "총파업" 카드로 맞선 노조…위기의 택배업계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위 2차 전체회의 무산…4개 택배사 불참 '통보'
    노조 "분류인력 투입·비용 당장 지급해야" vs 택배사 "시간·비용 커…1년 유예 필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의 2차 합의안 논의에 대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과로사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오늘 중으로 합의가 안 될거라는 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8일 열린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2차 전체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가 결렬됐다"며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오늘이 마지막 협상이라는 자세로 사회적 합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결론을 내려고 노력했다는 말이지만, 협상 대상자인 택배사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CJ대한통운ㆍ롯데ㆍ한진ㆍ로젠 등 국내 4개 택배사 대리점 연합회는 이날 "2차 합의문 초안을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기구 전체회의에 불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회는 "노조의 갑작스런 집단행동으로 6개월간 논의한 사회적 합의기구 내용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판"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택배 배송기사의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택배사가 심야배송 금지, 분류인력 투입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자세다.

    택배업계 내부에서는 "이달 말에나 2차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노조와 택배사들 간 분류인력 투입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커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로 풀이된다.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택배노조가 8일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단체협약 쟁취 결의대회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택배노조는 분류인력 투입을 요구하며 7일부터 이틀 동안 분류작업을 거부했다. 9일부터는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노조원은 CJ대한통운 2430여명, 한진 500여명, 롯데글로벌로지스 500여명으로 전국 택배기사 수 약 5만4000명의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택배업계 노사는 지난 1월 1차 사회적 합의에서 택배기사가 해 온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도록 했다. 다만 현장 인력 투입 사정을 감안해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할 경우 비용을 택배사가 지불하도록 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여전히 대가 없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택배노조가 전국 1086명(우체국 제외)의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84.7%(1천005명)의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택배회사들이 분류작업 인력을 지원하지 않아 혼자서 분류작업을 전부 처리하는 택배기사도 3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측은 "현장에서는 여전히 분류인력이 투입되지 않고 있었다"며 "되더라도 분류인력 투입비용을 택배노동장에게 전가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가 멈춰 있는 모습. 이한형 기자

     

    ◇ 택배사들 "여름 비수기에 기사들 수입↓…파업 참여율 저조해 물류대란은 아직"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에서 해방되려면 택배 자동분류기와 같은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물류센터에 설치되어 있지만 타 택배사는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적용하는 단계다. 또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2년이 넘는 시간과 수백억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때문에 택배사는 먼저 분류인력을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노동 강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인력 모집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1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분류인력을 당장 투입하고, 투입이 어려울 경우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 비용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4100명,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1000명의 분류 전담 인력을 투입했다.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택배기사가 10% 미만인 만큼 택배사는 물류 대란 등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6월을 시작으로 여름은 택배 비수기라 전체 물량이 줄어들어 기사들의 수입도 그만큼 줄어든다"며 "수입이 줄어드니 파업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크게 없지만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이나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이 불안해하는 게 사실"이라며 "노조가 물류를 볼모로 파업을 이어간다면 피로감만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합의기구는 2주 뒤 다시 회의를 열고 분류작업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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