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취임하면서 개혁과 혁신을 강조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꼰대진보' 프레임에 빠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당은 청년 표심을 끌기 위해 조만간 출범하는 대선기획단에 2030 인사 등용과 관련해 논의하는 등 '30대 당대표 체제'에 돌입한 국민의힘을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與 대선기획단에 2030 얼마나 포진할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
만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신임 대표에 취임했다. 젊은 야당 대표의 등장에 민주당도 개혁과 혁신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당원의 70%가 50세 이상이고, 영남권 당원이 과반을 넘는 국민의힘에서 청년 당대표가 선출됐다는 것은 민주당을 포함한 우리 정치 전반에 새로운 기대와 긴장을 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정치가 창과 방패의 대결, 칼과 도끼의 싸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탄산수'와 '사이다'의 대결로 국민들께 청량함을 드리겠다"며 향후 과감한 개혁과 혁신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달 중순 출범할 예정인 대선기획단에 청년층을 얼마나 포진시킬지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취임한 마당에 우리도 혁신적인 인재를 등용할 필요가 있다"며 "당의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당 내부의 비난을 받고 있는 젊은 인재도 단장으로 등판할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NEWS:right}
지난달 24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상인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20·30대 남성층 이탈 현상을 직접 확인했다. 반면, 이준석 신임대표는 20·30대 남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8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부동산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 전원에 탈당을 권유하거나 출당 조치를 내리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달에는 만 39세 남성 이동학 작가를 당 청년 최고위원에 지명하는 등 선제적으로 개혁과 혁신의 모습을 보였다.
이동학 최고위원도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국민의힘 당원들의 선택은 새로운 변화, 새로운 혁신을 선택한 실로 '위대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민주당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변화, 더 많은 혁신을 민주당에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與, 개혁 못 하면 위기…'이준석 열풍'을 기회로 삼아야"당내에서도 '이준석 돌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준석 신임대표는 기득권을 향해 할 말은 하는 사람이다. 특히 집권 초기에 과감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가 개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대선을 앞두고 당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표 계산하지 말고 정확하게 찔러야 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으면 이를 위한 세금은 어떻게 더 걷을지에 대한 얘기도 과감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윤창원 기자
반대로 일각에서는 이 신임대표가 내년 대선 국면을 이끌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한 만큼, 오히려 민주당이 경험과 체계를 앞세우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이준석 열풍'을 변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민주당이 생각할 건 왜 시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국민의힘에 투영됐느냐에 있다"며 "결국 민주당이 당 대선 경선에서 어떻게 변화의 모습 보이냐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의 김대진 대표는 "이준석 열풍으로 민주당도 어떤 대세를 견인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든다든가, 내부적 변혁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이 민주당에도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