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주지원단체. 김정록 수습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시민단체가 이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과 지구인의정류장 등 이주노동자 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숙식비 징수지침을 폐지하고 선원(船員) 이주노동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내국인 구직자를 구하기 힘든 직종, 즉 영세하고 열악한 현장에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가장 최저 수준의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생계비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이마저도 차별적으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먼저 고용노동부가 2017년에 발표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지침은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식을 현물로 제공할 경우에는 최대 월 통상임금의 20%, 숙소만 제공하는 경우 최대 월 통상임금의 15%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같은 임시 거주시설조차 숙식비 징수의 대상이 되고, 업주들은 대부분 상한선에 맞춰서 공제하고 있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고시된 최저임금에서 최소 20%를 삭감한 임금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단체는 "이는 식비, 숙박비, 교통비 등 현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비는 산입하지 않는다는 최저임금법 조항을 어기는 셈"이라며 "정부 스스로 위법한 행정지침을 발효시켜 놓고 이주노동자가 받아야 할 최저임금조차 삭감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이주지원단체. 김정록 수습기자
아울러, 단체는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서는 차별이 아예 제도화돼있다며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하는 선원들의 경우, 육상 노동자와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다. 이에 따라 해수부 장관은 선원들의 최저임금을 따로 고시한다. 통상 육상 노동자 보다 높은 수준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내국인이 아닌) 선원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의 최저임금은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수협중앙회 사이에 단체협약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여기에서 내국인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임금이 책정된다. 심지어 이주노동자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는다.
단체는 "이주선원네트워크 등 지속적인 제기 끝에 겨우 육상노동자와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으로 인상시킨 것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내국인 선원들과는 42만7020원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주들의 논리대로라면) 한국과 임금 차이가 나는 국가에서 온 이주자는 그만큼 싼값의 생활비만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이들은 한국에서 생활물자를 이용하고, 당연히 한국 물가를 쓴다. 본국 대비 임금 기준만 들먹이며 최저임금 차등을 합리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해당 기관의 장인 고용노동부 장관 및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달 말까지 답변을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