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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되면 당 쪼개진다" 민주당, 경선연기론 사그라들까

국회/정당

    "연기되면 당 쪼개진다" 민주당, 경선연기론 사그라들까

    청와대 기류도 부정적…"싸움 연장되면 대선 필패"
    경선연기론자들의 반격…기습적으로 연판장 돌리며 의원총회 개최 요구
    이르면 오늘 오후 대선기획단 인적 구성 발표하려했으나 연기될 듯
    "경선연기론 동력 상실, 송 대표도 비슷한 판단"
    경선연기 의총 요구로 송 대표 결자해지 다음주로 넘어갈 수도
    의총에서 권력다툼 자중지란 모습 연출이 최악의 상황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경선 연기 문제를 이르면 18일 매듭지으려다 '복병'을 만났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선연기 찬반 논란에서 속히 탈피하려고 했지만, 당내 의원 일부가 의원총회를 공식 요구하면서 송영길 대표 앞을 가로막았다.

    ◇ 당초 오늘 대선기획단 일부 공개하며 경선연기 매듭지려 했지만

    최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경선연기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자,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가짜 약장수'라고 감정적으로 반응했다.

    이에 경쟁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측은 "과도한 표현", "폐쇄적 인식"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경선연기론을 둘러싼 당내 후보간 신경전이 자칫 내홍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이를 의식한 송영길 대표는 이날 오후에 열리는 부동산 관련 의총에 앞서, 오전에 최고위원들과 먼저 만나 대선 경선연기를 재논의하고 연기 불가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또 이날 저녁쯤 대선 경선을 관리할 대선기획단 단장을 포함한 인적 구성 일부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단장에는 당초 거론됐던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과 김해영 전 의원이 아닌 중진급 인사가 이름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대선기획단 구성이 일부라도 완료되면 경선연기론은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기대도 있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 反 이재명계 중심으로 "정식 의총 열어 논의하자" '기습' 요구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

    경선연기론을 주창한 당내 다른 대선주자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전날인 17일 오후 연판장을 돌리면서 경선연기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의원총회를 열어야한다고 압박하고 나선 것.

    이들은 당내 1위 주자인 이 지사를 견제하면서 반(反) 이재명계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총 개최 소집요구서 동의를 받았고 소집 요건인 60명 이상을 확보했다.

    송 대표가 18일 최고위에서 대선기획단 출범 선언과 경선연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할 경우,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이재명 지사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발끈했다. 정 의원은 "광주에서 철거중인 건물이 무너져 무고한 시민들이 죽고,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고, 이천 물류센터에서는 불이 나 소방관이 고립되고 민생의 어려움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집권 여당에서 오직 특정인, 특정계파의 이익만을 위해 당헌을 견강부회식으로 왜곡 해석해 경선을 연기하자며 의총 소집 연판장이나 돌리는 행태를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대선을 실패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탐욕적 이기심의 끝이 어딘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원내행정부는 의원들의 의총 소집 요건이 충족되면 안건을 심사한 뒤 의총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데, 경선연기를 의총에서 논의해보자는 요청 자체는 쉽게 물리칠 수도 없어서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날 오후 늦게 의총 소집 동의절차가 이뤄져 소집요구서는 이날 원내행정부에 정식으로 접수되지는 못했다.

    원내 지도부는 18일 열리는 의총에서는 부동산 특위가 안건으로 올린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 등만 논의한다는 입장이어서 경선연기론을 논의할 의총을 별도로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시점은 다음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날 당 지도부가 경선연기 불가 입장을 못박는 타이밍을 뺐었다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의총이 다음 주에 열린다고 해도 상황변화는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창원·이한형 기자

     

    ◇ 흥행몰이냐 국민과의 약속이냐

    당초 이 지사를 포함해 '빅3'로 분류됐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측은 물론이고 일부 친문(親文) 의원들도 경선 연기 필요성의 가장 큰 이유로 흥행몰이를 꼽았다.

    예년과 달리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제한적인 만큼, 민주당 당헌·당규에 명시된 경선 일정(대선 180일 전)을 전국민 집단면역이 이뤄지는 11월로 미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선택받자는 취지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이 '이준석 현상'으로 2030세대 등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 없이 6월부터 경선 일정이 시작되면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더 많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하지만 경선 관리 임무를 맡을 당 대선기획단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경선 주자간 신경전이 도드라지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원칙을 앞세워 경선연기 불가론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원순·오거돈 등 민주당 소속 인사의 귀책사유로 치러진 4·7 재보궐 선거에서도 당헌을 바꿔 후보를 냈던 점과 지난해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해 정치개혁 특위 논의 진정성조차 의심받은 전철을 다시 밟으면 안 된다는 원칙론도 작용했다.

    특히 두 달 뒤로 경선 일정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야권의 윤석열, 이준석 현상을 압도할 기제가 없는 만큼, 차라리 여권 단일 후보를 미리 뽑아 정책수립과 민심 다독이기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 "싸움 연장되면 대선 필패" 청와대도 우려

    청와대도 상황 인식은 비슷하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경선이 연기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 싸움이 연장되는 역할 밖에 못한다"며 "이렇게 되면 대선은 필패"라고 우려했다.

    송 대표도 경선 연기론으로 대선 주자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는 게 당에 도움이 되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올해 초와는 달리 경선연기론 필요성과 동력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송 대표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5·2 전당대회를 앞둔 당대표 후보 시절 "민주당 대선주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경선 연기가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는 부동산 특위에서 마련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방안에 대한 당내 갈등과 경선연기를 둘러싼 감정싸움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리더십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두 사안 모두 이날 매듭지으려고 했다.

    앞서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경선일정과 관련해 연기 또는 원칙 유지 여부는 빠른 시간 내에, 짧게는 이번 주 내에 지도부가 결정을 하겠다는 게 송영길 대표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창원 기자

     

    ◇ 비공개 의총이지만 격돌 상황 실시간으로 중계되면 '자중지란'

    하지만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기습적으로 의총 소집 요구를 하면서 당장 이날 경선연기 불가 선언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선연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설득되든 안 되든 다음주 초반에 해당 안건으로 의총을 열면서 내부 소통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송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지도부가 우려하는 지점은 의총에서 경선연기론을 놓고 의원들이 격돌할 경우, 외부에서 보기에 차기 대선을 앞두고 권력다툼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

    비공개 의총이지만 의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주장을 언론에 고스란히 전달해 '자중지란'의 모습이 연출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가뜩이나 이준석 현상으로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향하고 있는데 자칫 자중지란으로 비칠 경우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더 차가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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