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초등학교 동창회와 학부모들이 부산 북구청 앞에서 구청 신청사 부지 선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덕천초 동창회 제공
부산 북구청이 신청사 이전 사업지로 덕천초등학교 부지를 선정하자 부산시교육청과 덕천초 학부모, 총동창회 등이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덕천초 학부모회와 총동창회는 23일 오전 북구청 앞에서 신청사 부지선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북구청은 일방적인 신청사 부지선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북구청 신청사건립추진위원회가 북구청사 이전 사업 예정지로 덕천초등학교 부지를 선정하자, 지난 14일부터 거리로 나섰다.
북구청에 따르면, 북구청 공무원과 북구의원,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추진위는 평가를 거쳐 덕천초등학교를 1순위 부지로, 화명동 장미공원 공공청사 부지와 현 북구청사, 북구빙상센터 부지 등을 2순위 부지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북구청은 사업비 최소 1400억 원을 들여 덕천초 부지에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부산 북구청 전경. 박진홍 기자
문제는 이 학교가 폐교되거나 폐교할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구청이 부지를 선정했다는 데 있다. 현재 덕천초등학교에는 초등생 140명, 유치원생 100명이 재학 중이다.
덕천초 총동창회 김옥숙 고문은 "한 마디로 집주인은 이사할 생각도 없는데 남이 들어와서 '당신 땅 너무 좋다. 우리가 사겠으니 나가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만약 폐교한다면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분산해야 하는데, 통학로가 멀고 위험해져 학부모 걱정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논의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덕천초를 부지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후보지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더니 '부지를 최종 선정했고, 대안은 앞으로 협의하며 찾아보자'고 해 매우 황당했다"며 "어른들이 바라는 경제적 이점 때문에 아이들을 놓고 '딜'을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지적했다.
북구청 신청사 건립 문제로 덕천초가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구는 입지 선정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여러 차례 추진위를 열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서부산 복합행정타운을 북구로 유치해 청사를 넣는 방안이 떠오르면서 덕천초 부지가 거론되자 동창회와 학부모회가 반발하기도 했다. 이 안은 북구가 서부산 복합행정타운 유치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김 고문은 "2016년 복합행정타운 거론 당시 구청은 향후 덕천초를 후보지로 선정할 계획이 있으면 주민과 학부모, 동문회 등에 가장 먼저 알리고 공청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신청사 짓겠다며 지난 10년간 130억 원 넘게 돈을 들여 화명동 장미공원 부지를 매입한 구청이 왜 또다시 덕천초를 거론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덕천초등학교 동창회와 학부모들이 부산 북구청 앞에서 구청 신청사 부지 선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덕천초 동창회 제공
덕천초 부지를 소유한 부산시교육청도 폐교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북구청과 덕천초 폐교 관련 논의를 전혀 진행한 바 없고, 지난 4월 초 북구청에서 부지선정을 위한 현장실사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이 온 건 있었다"며 "이에 북부교육지원청은 덕천초가 북구청 신청사 후보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런 상황에서 부지선정 발표가 나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폐교는 학부모 동의가 50% 이상 있어야 하는데 덕천초와 유치원 학부모들은 학교가 유지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폐교한다 해도 구포지역 재개발 영향으로 초등학생들을 보낼 학교도 마땅치 않고, 통학 여건이 나빠질뿐더러 유치원에 있는 특수학급을 수용할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북구청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 건립 계획이 나온 상황이 아니라면서, 교육청·학부모 등과 협의를 통해 의견을 계속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추진위에서 지역 랜드마크로서 가지는 상징성과 접근성, 교통 편의성 등 기준을 두고 심사한 결과 덕천초를 예정지로 선정했을 뿐 아직 어떠한 계획도 정해진 게 없다"며 "예정지 선정 전 교육청 반대 입장도 확인했으며, 앞으로 교육청과 학부모 등 의견을 충분히 들어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2016년 당시 덕천초 동창회 등과의 합의 내용은 현재로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 "화명동 장미공원 부지는 도시계획에 공공청사 부지로 지정돼 있지만, 구민 의견이 모이지 않아 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