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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태업" 공개질책 北 김정은…계속되는 '군기잡기'

통일/북한

    "방역 태업" 공개질책 北 김정은…계속되는 '군기잡기'

    "주요 결정 집행 태업, 국가와 인민 안전에 커다란 위기 조성"
    내부 확진자 '0명' 주장 계속…'중대 위기'는 확진자 발생?
    전문가 "김정은, 대대적인 인사혁신 추진 중…정예화가 핵심"
    '최고 권력'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변화? 누군지는 비공개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책임 간부들이 비상방역 사업에 태만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질타했다.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을 소환·보선했으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도 소환·선거했다. 회의를 주재하는 김 총비서가 설명을 강조하듯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했다. '비상방역체계' 와중에 간부들의 사상과 실적 검열을 진행하며 기강잡기를 계속하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일부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 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확대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책임간부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 장기화 요구에 따라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을 발생시켰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당대회와 당 전원회의가 토의결정한 중대과업 관철에 제동을 걸고 방해를 놓는 중요인자는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성이라고 엄정하게 분석하면서 간부들 속에서 나타나는 사상적 결점과 온갖 부정적 요소와의 투쟁을 전당적으로 더욱 드세게 벌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직무태만 행위'와 '중대 사건'이 구체적으로 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행위에 대한 자료가 회의에서 상세히 보고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내부 확진자가 0명이라고 주장하고 이같은 내용을 세계보건기구(WHO) 등지에도 보고해 왔다. 각종 행사 등지에서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는 모습도 몇 차례 포착됐는데, '중대 사건'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지난 29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책임 간부들이 비상방역 사업에 태만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질타했다. 이어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을 소환·보선했으며 당 중앙위원회 비서도 소환·선거했다. 김 총비서가 회의를 주재하며 주석단에 앉아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사건의 정확한 내용이 무엇이든,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상방역체계를 계속 강화해 가고 있던 북한이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문제를 주민들이 접하는 내부 매체에까지 언급하며 간부들에게 망신을 줬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보도에서는 이들 간부들에 대해 "보신주의와 소극성에 사로잡혀 당의 전략적 구상 실현에 저해를 주고 인민 생활 안정과 경제 건설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과오", "무지와 무능력, 책임성", "무능과 무책임한 일본새" 등로 언급했다. 김 총비서가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을 했음을 엿볼 수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 총비서가 사실상 대대적인 인사혁신, 인사혁명을 추진 중이며 국정의 우선 순위 또한 준비된 간부들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의 책임 간부들이 변하지 않으면 당대회, 당 중앙위 전원회의 등에서의 주요 결정사항을 관철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줄곧 견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조직의 간부들을 충실성과 혁명성, 인민성, 실력을 기준으로 발탁하고 이를 통해 알차게 준비된 대상들로 정예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대유행이 1년 넘게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비상방역체계를 계속 강조해 왔는데, 이러한 임무를 부여받은 당 간부들은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얼마나 잘 능력을 발휘하는지에 따라 생존이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고위 간부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소환(해임)·선거(선출)했으며 국가기관 간부들을 조동(이동)하고 임명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북한 권력의 '핵심' 5인방으로 구성된다. 정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다.

    다만 보도에서는 누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소환되고 보선(대체해 임명)됐는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을 제외한 4명 가운데 누가 교체됐는지 불분명하다. 북한 매체에서 소환된 간부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 자체는 흔하지만, 보선된 간부까지 밝히지 않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간부들의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무능력을 질타하고 간부혁명을 강조한 점,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과 비서까지 교체한 점에 비추어볼 때 조용원 조직비서가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덕훈 내각 총리가 해임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국가기관 간부들이 '조동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점으로 볼 때 김덕훈이 심각한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식량 등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상무위원에서 쫓겨났다고 관측하기도 한다.

    이는 조용원이 김정은의 최측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누가 교체됐든 북한 내부의 '군기잡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임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과 불만이 계속 쌓이고 있지만 고강도 기강확립과 검열 강화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동안 숨가쁘게 진행돼 온 일정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핵심 관심사가 내부 문제에 맞춰져 있음을 명확하게 확인해 준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북한이 내치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북미 또는 남북대화는 당분간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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