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전략 산업화와 시진핑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를 보면 반도체 산업이 현대산업과 국가 경제 나아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톱1, 톱2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수백에서 수천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퍼붓다시피 하면서 주변 국가들 대비 산업경쟁력의 비교우위를 확보하는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한 이른바 리딩 기술국가지만 이 기업들의 주요한 시장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점이 기회이면서 동시에 발목이 잡히는 변수여서 두 경제 대국들의 반도체 경쟁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거대한 미국 시장의 경쟁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삼성과 SK그룹 총수들은 방미단과 함께 미국 방문길에 올라 수백조원 대의 대미 투자계획을 밝히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국내기업들이 메모리 분야에서는 간신히 패권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나마 중국과 미국의 추격이 거세 언제까지 기술우위에 기반한 시장 우위를 지켜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파운더리 분야에서는 삼성이 대만을 추격 중이지만 기술과 설비, 투자 규모 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 방문 직전인 5월 13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내놓은 'K-반도체 전략'은 업계는 물론이고 국민들을 어는 정도 안심시키면서 희망을 걸만한 조치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반도체 R&D 세제지원과 소부장 클러스터 구축,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 반도체 관련 규제 완화, 반도체 인프라- R&D-인력 등 성장기반 지원 확대 등 다방면에 걸친 패키지지원책이 담겼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7월 1일 '제12차 혁신성장 BIG3 추진회의'를 개최하고, K-반도체 전략의 후속조치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을 점검했다"며 "규제 완화와 인력양성 등에서 성과를 조기 창출했고 올 하반기부터는 세제지원, 제도개선, 민간투자 등에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업무추진이 세계 1등을 달리는 k-반도체의 위상에 걸맞을 정도로 전면적이면서 과감한 것인지 또한, 대통령선거와 같은 경제외적 변수까지 감안한 것인지, CEO 가석방 조치 등 업계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가려운 부분을 얼마나 반영해주고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
지난달 한 경제지의 '한국은 반도체 R&D 신규 지원 0'이라는 보도에 대해, 산업부는 반도체 R&D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으며, 2021년 예산은 총 1143억원으로 2019년 676억원 대비 69% 이상 증액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정해진 예산을 단번에 늘릴 수도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 부문의 기술투자액 치고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천조원 대의 정부자금을 퍼붓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제쳐두고라도 일본 정부는 반도체 R&D에 1조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미국은 향후 5년간 기술개발 1900억 달러, 반도체연구 등에 520억 달러를 지원키로 한 계획과 대비된다.
정부는 9월 정기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을 처리하고 전파응용설비 교체 시 변경허가 신속추진, 용인의 용수공급을 위해 하천점용허가를 연내 추진할 계획을 내놨지만 대통령선거란 정치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9월 정기국회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더구나, 연말이면 여야의 대선후보가 가시화되는 시점이라 각 정당 주자들의 경제.산업공약과 정부의 추진 일정에서 불일치가 발생할 개연성도 있다. 이러한 외적변수들을 고려할 때 반도체 주무관청인 산업부로서는 다소간 과하다고 할 정도로 면밀한 대비책을 준비해둬야 한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A기업의 한 간부는 "냉정하게 얘기하면 정부가 안 나서는 게 오히려 도와주는 걸 수도 있다. 뭔가를 해주려고 하는 것보다는 장애물을 치워주는 게 도움이 된다"며 "기업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규제를 없애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는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느끼는 점은 전반적으로 반기업 정서가 심하다"고 지적 "반도체 전략이나 소부장 대책을 마련한다고 할때는 친기업적인데 갑자기 주위로 고개를 돌리면 불필요한 것으로 갈구는 게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