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형 기자
송도국제도시 9공구로 집단 이주가 추진되고 있는 인천 중구 항운·연안아파트에 투기 목적의 집중 매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연안아파트 소유자 대부분이 소유권한을 신탁업체에 위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1개동 50세대 중 36세대가 소유권 신탁 위임
3일 CBS노컷뉴스가 인천 중구 연안아파트 15개동 690세대 가운데 1개 동(50세대)을 표본으로 소유상황을 조사한 결과 36세대의 소유자가 소유권한을 신탁업체에 위임했다. 이는 전체 표본 가운데 72%에 해당한다.
해당 소유자들은 모두 동일한 신탁업체에 소유권한을 위임했다. 또는 최근 투기 의혹으로 집단이주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집단 이주 대신 유상이전이나 보상금 지급 등의 가능성이 제기될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985년에 지어진 연안아파트는 인천항 석탄·모래부두 등 항만 및 물류 시설과 이곳을 오가는 화물차에서 배출되는 소음·분진·매연 등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해 인천 송도국제도시로 집단이주가 추진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폭 100m, 왕복 20차선 도로와 왕복 4차선의 도로에 둘러싸여 있다. 이 도로는 바닷모래와 목재, 시멘트, 곡물류를 실은 대형화물 트럭의 주요 이동경로다.
◇정의당 인천시당, "연안아파트 소유자 341명, 공무원·공사직원과 이름 일치"앞서 정의당 인천시당은 지난 1일 해당 아파트 전세대(690세대)의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 2005년 이후 매매된 1062건 중 341명이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 중구, 인천항만공사,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근무 공직자와 이름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기관별로는 △인천시 255명 △인천경제청 14명 △중구 40명 △인천항만공사 20명 △인천지방해양수산청 12명이다. 연안아파트 매매는 2006년을 제외하면 연 평균 48건 수준이었지만 인천시가 '항운·연안아파트 이주 검토계획'을 발표한 2006년에는 무려 301건에 달했다.
정의당은 다음 주 중 해당 자료들을 인천경찰청에 제출,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또 지난달 14일 항운아파트 전세대(480세대) 거래도 전수조사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등 4개 기관 소속 직원 166명의 이름이 일치하자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인천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인천시는 의혹이 제기된 공무원 가운데 3명이 실제 해당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이 '공무상 비밀을 이용한 사익추구 금지'를 규정한 부패방지법(제7조의2) 위반을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인천시당 관계자는 "표본조사이기는 하나 집단이주가 논의 중인 아파트 1개 동에서 70% 이상이 소유권을 동일한 신탁업체에 위임한 건 매우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 등의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