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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하려는 고교생 설득한 20대 여교사들 "꿈 잃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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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신하려는 고교생 설득한 20대 여교사들 "꿈 잃지 않았으면"

    의정부경찰서, 여교사들에게 감사장…"사명감 없으면 못 하는 일"

    왼쪽부터 동오초등학교 이예린 교사, 금오지구대 전승훈 대장, 민서영 교사. 민 교사 제공왼쪽부터 동오초등학교 이예린 교사, 금오지구대 전승훈 대장, 민서영 교사. 민 교사 제공
    지난달 16일 오후 5시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에 있는 경전철 동오역.

    동오초등학교 민서영, 이예린 교사는 이날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던 중 동오역 경전철 위 바깥 난간을 잡고 서 있는 고등학생 A군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여교사들은 곧바로 A군에게 달려갔다. A군은 자칫하면 약 20m 아래 부용천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여교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데 올라오자. 조금만 올라와서 누나들하고 얘기를 하자"고 조심스럽게 A군의 팔과 손을 잡으며 설득했다.

    손에 힘을 놓고 있던 A군은 다행히 서서히 여교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난간 안쪽으로 넘어왔다.

    여교사들은 이내 "왜 살렸냐"고 하는 A군에게 "힘든 거 들어줄 테니까 조금만 얘기하자"며 가까운 카페로 데려갔다.

    우선 A군을 진정시키기 위해 시원한 음료를 사 먹인 여교사들은 "어떤 게 힘들었는지 하나만 얘기해 달라"며 대화를 시도했다.

    힘들었던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 A군은 "꿈이 계속 좌절되고 주위에서 지지를 안 해줬다"며 "친구들도 무시하니 왜 살아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소매를 걷어 보여준 A군의 팔에는 자해한 흔적이 있었다. 우울증도 1년간 앓고 있다고 했다.

    여교사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과 A군의 어머니가 오자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A군을 안전하게 보냈다.

    경찰은 자살예방센터로부터 "A군이 동오역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데 자살할 것이라고 했다는 전화를 했다"는 112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했던 것이었다.

    민서영 교사는 "저희가 그 학생을 발견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고, 사실 누구나 봤으면 저희처럼 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또 "(A군에게)공감해 주며 토닥이고 위로해줬던 말들이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꿈을 잃지 않고, 다시는 이런 선택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금오지구대 전승훈 대장은 지난 1일 여교사들에게 의정부경찰서 곽영진 서장을 대신해 감사장을 전달했다.

    전 대장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학생이 뛰어내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행스럽게 여교사들이 발견했고, 사명감과 봉사 정신이 없었으면 이런 일을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교사들에게 상당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당연히 보호자도 고맙다고 했다"며 "이런 시민들만 많다면 우리나라가 밝은 사회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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