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 추모소의 모습. 연합뉴스 군 당국은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건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공군본부 이갑숙 양성평등센터장과 변호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 국선변호인을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A중사가 전출 간 부대에서 피해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정보통신대대장과 중대장, 강압적 언사를 한 혐의를 받는 운영통제실장과 레이더정비반장 4명에 대해서는 보완 수사를 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 6일 오후 2시부터 밤 12시 30분까지 10시간 30분 동안 5차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건 알고도 한 달 뒤 보고한 양성평등센터장, "지침 미숙지" 황당 답변
이 센터장은 3월 2일 사건이 발생하고 3일 뒤 사건을 알게 됐지만, 이를 한 달이 지난 4월 6일에야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나마도 상세한 내용 없는 '월간현황보고' 형식이었다.
국방부 성폭력 예방활동 지침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가 부사관 이상의 군인인 경우 국방부에 최단시간 내 세부 내용까지 보고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지난달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제가 지침을 미숙지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보름 뒤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국선변호인 이모 중위는 피해자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성의 없는 변호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피해자의 신상정보 등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7일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8일 뒤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다만 이 중위 측은 피해자를 만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3월 18일에 피해자의 요청으로 첫 통화를 했고, 이후에도 모두 7차례 통화했으며 신상정보 유출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군 검찰은 두 사람의 불구속 기소 안건을 '보고 안건'으로 분류해 보고했다. 즉, 심의위의 결정 없이 검찰의 판단에 따라 곧장 기소하겠다고 보고했다는 뜻이다.
전출 간 부대서도 2차 가해한 상관 4명은 '추가 수사'
연합뉴스 한편 A중사가 전출 간 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가혹한 언사를 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급자 4명은 추가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심의위는 이날 군 검찰과 피의자들, 유족 측의 의견을 들은 뒤 논의를 거쳐 정보통신대대장과 중대장의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 추가 보완수사를 권고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의 피해자 보호 조치 관련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보통신대대장과 중대장은 숨진 A중사가 전출 오기 전, 회의 등에서 자신의 부하들에게 그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실에 따르면 15특수임무비행단은 성추행 피해 이후 휴가를 다녀온 A중사에게 코로나19 PCR 검사를 이유로 행적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할 때 행적 제출은 생략할 수 있는데, 비행단은 규정을 잘못 알고 이를 요구했다.
대대장은 A중사에게 검사와 관련해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다만 그는 "강압적이진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심의위는 운영통제실장과 레이더정비반장의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 위원회는 관련 사실관계와 법리상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두 사람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또는 직무유기 관련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레이더정비반장 권모 원사는 A중사에게 직접 그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이채익 의원은 전했다. 권 원사는 A중사더러 대대장에게 직접 보고하게 하기 위해 휴가 보고 방식을 교육하기도 했다.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앞서 유족 측을 대리하는 김정환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국방부 검찰단에 네 사람을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가 부대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피해 사실을 알지 못하게 옮기는 것이다"며 "피해 사실을 부하들에게 알린 대대장과 중대장은 명예훼손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가혹행위이며 전속에 있어 불필요한 절차를 강요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혹행위 혐의로 고소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