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많은 비가 내리자 부산지역 19개 도로가 통제됐다. 사진은 통제된 부산진시장지하차도. 송호재 기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부산지역에 잇따라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지하차도를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등 발 빠른 대비로 인해 지난해와 달리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물러난 뒤에도 대기가 불안정해 국지적인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침수는 물론 약해진 지반 붕괴 등 사고 예방에 끝까지 만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호우경보 발효에 부산지역 19개 도로 차례대로 통제…차량 침수·인사 사고 막아
지난 7일 오후 2시쯤 부산지역에 산발적으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지기 시작했다.
기세를 더하던 빗줄기는 어느새 집중 호우로 변했고,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물 폭탄이 떨어졌다.
기상청은 이날 낮 12시 30분 부산지역에 발효했던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격상하고 비 피해에 대비할 것을 당부하기 시작했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지 10여 분 뒤, 부산 동구는 지역 내 3개 지하차도에 일제히 차량 진입 차단 장치를 작동하고 통제를 시작했다.
통제된 도로에는 지난해 3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초량 제1 지하차도도 포함됐다.
7일 오후 부산지역 폭우로 초량1지하차도가 통제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폭우가 계속되자 부산진구와 남구 등 주요 지자체들도 잇따라 지하차도와 상습 침수지역 도로를 통제하기 시작해 밤까지 19개 지점에 차량 통제가 이뤄졌다.
이날 부산지역에는 중구 대표 관측소를 기준으로 130㎜가 넘는 강수량이 기록됐고,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점에는 시간당 50㎜를 넘나드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하구에서 한 7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렸다가 다행히 무사히 구조됐고, 일부 도로가 물에 잠겼지만 차량 침수나 인사 사고는 없었다.
7일 부산 사하구 한 하천에서 경찰과 소방이 물에 휩쓸린 A(70대)씨를 수색하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이 때문에 지난해 3명이 숨지는 침수 사고 등 심각한 수해를 겪은 지자체들이 올해는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산 동구 안전도시과 관계자는 "지하차도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고, 호우경보가 내려진 뒤 곧바로 통제를 결정했다"라며 "지하차도를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담당자가 현장을 관리해 다행히 차량 침수나 인명 사고 등을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마전선 대신 국지적인 집중 호우 가능성 높아…약해진 지반 붕괴 등 '주의'
지난 주말부터 비를 뿌리던 장마전선은 남쪽으로 물러났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나온다.
특히 계속된 강수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인 만큼, 적은 비에도 급경사지 등이 붕괴할 위험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부산에 폭우가 쏟아진 7일 오후 남구 용호동 한 야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차로가 막히는가 하면, 비가 완전히 그친 8일 오전에는 동구 수정동에서 주택 건물을 지탱하던 지반이 무너져 소방당국이 주변을 통제하기도 했다.
7일 부산지역에 내린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에는 부산 남구 용호동 야산에서 토사가 쏟아져 도로를 덮쳤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게다가 대기가 불안정해 당분간 국지적인 호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8일 새벽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를 뿌렸던 정체전선은 남하했지만, 몽골 등 내륙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국지성 호우는 인접 지역 간에도 편차가 커 예측이 어렵고, 시간당 강수량이 50㎜에서 많게는 100㎜가 넘을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여 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상청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연일 이어진 강수로 지반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강한 국지성 강수가 예상되는 만큼,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고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기상정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갑자기 불어난 물에 의해 침수와 범람이 나타날 수 있고, 이런 형태의 국지성 호우는 강한 바람도 자주 동반하는 만큼 시설물 파손에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