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사망자 38명이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 윤창원 기자 지난해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공사 발주처 한익스프레스 관계자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항소2부(전기철 부장판사)는 1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한익스프레스 TF 팀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던 건우 현장소장 B씨는 징역 3년으로, 금고 2년 3월에 처했던 같은 업체 관계자 C씨는 금고 2년으로 각각 감형됐다. 금고 1년 8월을 선고받았던 감리단 관계자 D씨도 금고 1년 6월로 형량이 줄었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 29일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와 관련, 화재 예방에 대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근로자 38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가 결로를 막겠다는 이유로 대피로 폐쇄 결정을 내려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에 적용되는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따르면 발주처는 안전조치 의무를 감리회사에 넘겼고, 대피로 폐쇄 결정은 발주자 권한 내에 있는 설계 변경으로 보인다"며 "설계 변경에 대해 발주처가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통로 폐쇄 자체를 봐도 산안법상 용접 등 위험작업이 종료된 이후라면 대피로 폐쇄가 불법은 아니다"며 "폐쇄가 위험작업 이전에 이뤄진 게 문제이고, 설계변경 자체만으로 대피가 불가능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B씨 등에 대해선 "우레탄폼이 화재에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를 통해 알려졌으나 화재 예방과 피난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했다"면서도 "본질적으로 피고인들은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으로, 일부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를 이뤄낸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