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대법원 유죄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혔다. 이형탁 기자 결국 김경수 경남지사가 말한 '절반의 진실'은 찾지 못했다.
보수 텃밭 이상의 자존심과도 같은 지역인 경남에서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단 첫 도지사는 3년 만에 중도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1일 열린 '드루킹 사건' 관련 대법원 최종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인정했지만,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내린 항소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박탈당했다.
김 지사는 항소심 선고 이후 "대법원 상고심을 진행하면 (드루킹) 사건의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사건은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고 절반의 진실만 밝혀졌다"고 확신했지만, 절반의 진실을 결국 밝히지 못했다.
김 지사는 선고 결과를 받고 나서 도청을 떠나면서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는 더는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따라 내가 감내해야 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며 "하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찾기가 벽에 막혔다고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저의 결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그 최종적인 판단은 이제 국민께, 국민의 몫으로 넘겨드려야 될 것 같다"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 특히 지난 3년 동안 도정을 적극 도와주신 경남 도민들께 진심으로 송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마지막으로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 고맙다"고 전했다.
이날 경남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대선 후보와 김 지사 지지자들은 도청 앞에서 '김경수는 무죄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김 지사가 도청을 떠날 때 "김경수 화이팅, 힘내세요" 등을 외치며 울먹이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법원 선고가 진행된 21일 오전 허익범 특별검사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종민 기자경상남도는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돼 혼란 수습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 출범 이후 경남에서는 벌써 5번째 권한대행 체제다.
2013년 김혁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 탈당과 함께 지사직을 중도사퇴했고, 2012년에도 김두관 전 지사가 대권 도전을 위해 직을 내려놨다. 2017년에는 홍준표 전 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무려 14개월 동안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지난 2019년 1월 김 지사의 1심 선고 때 법정 구속으로 70여일 동안 권한대행 체제를 겪었다.
경남도는 침통한 분위기다. 1심과 2심 때도 유죄가 나왔지만, 최종심 결과가 나온 만큼 직원들은 한마디로 충격에 빠졌다. 향후 도정 운영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정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행정부지사인 하병필 도지사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향후 도정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제 첫걸음을 뗀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은 물론 광역교통망, 가덕도신공항 등과 주요 현안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중요한 시점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청년이 살고 싶은 더 큰 경남'을 만들겠다"며 재선 의지를 나타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이날 마지막 출근을 끝으로 도청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