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백담 기자.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84명으로 치솟으며 역대 '최다'를 경신한 21일, 삼복 더위의 중간인 '중복'이 찾아왔다. 섭씨 32도를 웃도는 날씨 속에 시민들은 코로나19 유행과 무더위라는 '이중고'를 버텨내려 안간힘을 썼다.
가장 힘든 점은 찜통 더위 속에도 '마스크'는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길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연신 손수건 등으로 닦아냈다. 휴대용 손 선풍기와 모자 등을 쓰고 퇴약볕을 방어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거주하는 김모(54)씨는 "엄청 덥고 땀도 차지만, 덥다고 해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며 "저녁에 가족들과 수박과 치킨을 먹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신림동에 거주하는 주부 채모(69·여)씨는 "답답하고 덥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코로나 때문에 식구들이랑 밖에서 저녁을 먹기는 힘들 것 같고, 직접 삼계탕을 사서 집에 가는 길"이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복인 만큼 점심시간대 '보양식'을 찾는 인파도 상당했다. 서울 종로구 한 유명 삼계탕 집 앞에는 무더위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사원증을 두른 직장인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까지 함께 한 가족 손님도 있었다.
21일 오후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백담 기자.서울 강동구에서 왔다는 채모(49)씨는 "이번에 백신 접종을 했는데 몸 보신을 하려고 삼계탕 집에 왔다"며 "코로나 상황인데도 테이블이 많이 차 있더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더해지면서 예년 중복보다 포장이나 배달이 늘어난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삼계탕 집에서는 포장을 위한 용기가 테이블에 여러 쌓여 있고, 두 손 가득 삼계탕을 포장해 가는 시민도 종종 목격됐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삼계탕 집을 찾은 이현수(60)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관광객들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며 "최근에는 배달 주문을 많이들 한다. 우리도 회사에서 시켜 먹을까 하다가 복날 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복에도 울상을 짓는 상인들도 있었다. 냉면집을 운영하는 남모씨는 "복날 치고는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는데, 코로나19 때문인 것 같다"며 "감염 위험이 있을까봐 코로나 이후 테이블을 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공원에서는 '무료 보양식'을 나누는 손길들이 바빴다. 서울 탑골공원 앞 무료 급식소에서는 중복을 맞아 닭 백숙을 내놨다. 급식소 관계자는 "백숙과 시원한 물 등을 준비했다"며 "더워서 불쾌지수가 높아질 때인데 어르신들 기운 내시라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무더위에 속수무책인 노인 등 취약 계층들은 중복 나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는 온열 질환 발생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47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2%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역시 지난해 한 명도 없었지만 올해는 벌써 6명이 발생했다.
직업별 온열 질환 환자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 104명,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33명, 군인 27명 등 주로 야외 업무 종사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호복을 입고 땀범벅이 된 채로 근무하는 전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의료진도 폭염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기상청 폭염 경보(33도 이상)가 발령되는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검사소 운영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