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준하 선생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장준하기념사업회 제공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박정희 유신·독재체제에 항거하다 '국가권력'에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장준하 의문사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2일 제13차 위원회를 열고, 장준하 의문사 사건 등 625건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조사개시 결정을 의결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장준하 의문사 조사개시 결정 이유에 대해 "의문사 위원회와 1기 진실화해위원회 등의 조사 결과, 장준하의 사망이 단순 추락사로 보기 어렵고, 사망 과정에 타살 및 공권력이 관여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장 선생은 일제시대 광복군 활동을 통해 항일독립운동에 헌신한 독립운동가로, 광복 후에는 언론인과 민주화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1975년 8월17일 포천시 이동면 약사봉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중 벼랑 아래로 떨어져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유일한 목격자였던 김용환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실족사'로 결론지었다.
앞서 1기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2기 의문사위에서 장준하 의문사 사건을 조사했지만,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내려졌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중요 참 고인 출석 거부와 국정원의 자료 제출 거부로 '조사중지' 결정을 내렸다.
고 장준하 선생 유해에 대한 정밀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장준하기념사업회 제공이후 '장준하 선생 사인 진상조사 공동위원회'는 지난 2013년 장 선생 유골에 대해 처음으로 과학적 감식을 진행했다. 결과는 실족사에서 타살로 사인이 바뀌었다. 장 선생이 숨진 지 38년만이었다.
2기 진화위 조사 개시와 함께 두 국가정보기관이 조사에 전향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46년 만에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의문사위에서 요청했던 장 선생 사망 관련 수사 및 동향 문건, 전직 직원 신원사항 등을 이미 제공해 왔다"며 "앞으로도 가능한 모든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했다.
군사안보지원사 관계자도 "대면 설명을 요청받았지만 존안자료가 없는 사실 대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공권력에 희생된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조사를 돕겠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장준하 의문사 사건'과 함께 △서울·경기(김포·이천)지역 적대세력 사건 △전남 해남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보안사의 불법구금 인권침해 사건 등도 조사한다.
민족민주교육쟁취투쟁위원회 조작의혹 사건 등 확정판결 사건 3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
진실화홰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은 "장준하 사건 등 이번에 조사개시를 결정한 의문사 사건들은 과거 몇 차례 국가 조사에서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며,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 등 새로운 사실들을 확인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