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과거 언행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 정책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사진들을 보니 (탄핵) 표결을 강행하려 물리적 행사까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투표 당시 정말 반대표를 던졌는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는 "정치인들의 최고 덕목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라며 "최근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시니 납득이 잘 안 된다"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윤창원 기자·국회사진취재단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2004년 3월 12일 본회의에서 찬성 193표로 가결됐다. 반대표는 2표였는데, 무기명 투표여서 누가 반대를 했는지 공식적으로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이낙연 의원과 자민련의 김종호 의원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재명 캠프 상황실장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전날인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2002년에는 노무현 후보의 대변인이었는데 그 후 탄핵 과정에 참여했다"며 "찬성과 반대를 했느냐를 분명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지키겠냐는 것이냐"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반대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창원 기자지난 2004년 3월 11일 당시 이 대표는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재발 방지 약속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고, 또 풀 수 있다고 믿었기에 탄핵 발의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오늘 회견 내용에 저는 크게 실망하고 상심했다. 어떻게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자필 문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가 17년의 시간을 뛰어 이날 공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지사 측의 공세는 계속됐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가 탄핵에 참여했는지, 안 했는지 저도 모른다. 진실은 본인만이 아실 것"이라며 "투명하지 않고 안개가 낀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이 전 대표의 전략과 해명에 진정성이 없다고 공격한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전시회 '사람사는 세상전'. 황진환 기자양측 캠프 인사들의 공방전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는 3월 12일 탄핵안 가결 후 17일에는 탄핵안 찬반여부를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 18일엔 '죽을 때까지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17년이 지난 2021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돼서야 '예, 반대했습니다' 일곱 글자로 간단하게 답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탄핵 과정은 참여, 탄핵 표결은 반대한 판단과 행동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이 없다. 솔직하고 담백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거듭 해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설훈 의원. 윤창원 기자이에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 설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님까지 끌어들여 사실을 왜곡하며 이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치졸하다 못해 비열한 행동"이라며 "이 전 대표는 당시 탄핵에 반대했다. 마타도어를 멈추라. 저에게 주신 물음에 대한 답변"이라고 반박했다.
탄핵 공방전에는 경선에 함께 참여 중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도 뛰어들었다.
정 전 총리는 탄핵 당시 "의장석을 지켰다"며 민주당에 남아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한 이 전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싸잡아 비판했다.
아울러 "당시 이 전 대표는 다른 정당에 있어 그 당 내부 사정을 자세히 모른다. 그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이 아마 추 전 장관일 것"이라고 말해 3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추 전 장관을 이번 논쟁에 강제 참전시켰다.
김두관 의원도 "추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 1위로 만든 책임도 있으며, 드루킹을 고발해 김경수 경남지사가 사퇴하게 했다"며 "자살골 해트트릭 선수라고 이야기를 주위에서 하더라"고 비판했다.
이에 추 전 장관은 "마치 제가 김 전 지사를 잡았다고 하는 것은 우리 세력을 분열시키려는 국민의힘의 계략이다. 우리를 갈라치기 하는 것"이라며 "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맞받는 등 민주당 경선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