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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청해부대 우려…해양대 실습생, 백신 미접종 '장기 출항'

사건/사고

    제2청해부대 우려…해양대 실습생, 백신 미접종 '장기 출항'

    한국해양대 학생들, 백신 미접종 상태로 출항

    코로나19 확진자가 270명에 이르는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의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한국해양대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청해부대 집단감염 환경과 닮은꼴…백신 미접종 학생들 장기출항
    실습생 학부모들 "청해부대 사고 보고 나니 노심초사"
    전문가 "승선한 이상 백신 외 코로나19 예방책 없어"
    "실습생 외에 해운업 종사자들도 당장 백신 접종해야"

    문무대왕함 현지 항구 출항. 연합뉴스문무대왕함 현지 항구 출항. 연합뉴스코로나19 확진자가 270여 명에 달하고 있는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의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한국해양대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해양대 학생들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채 현장실습을 위해 장기 외항선을 타고 출항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마스크 무용지물, 격리 어려운 특수성에도 '백신 미접종'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실습 대상자는 한국해양대 3학년 학생들로 선사 선박에 직접 탑승해 약 6개월 간 현장 실습을 할 예정이다. 이날 기준 총 21척의 선박을 통해 38명의 학생이 출항했으며, 이후 출발 예정자를 포함하면 모두 220명의 학생이 출항하게 된다.

    이들은 승선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백신은 접종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실습생을 태운 선박 대부분이 중간에 기항하는 경우가 흔하고, 필요할 경우 해외에서 식자재를 조달받기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의 경우에도 기항지에서 외지인 확진자와 접촉해 최초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선원들은 외지인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에 출항한 한국해양대 실습생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승선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돼서 일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보통 항해하다가 중간에 기항해서 주부식을 받기도 한다"며 "배에서는 외부인이 승선할 때 마스크를 쓰고 생활할 때는 안 쓴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선내에 들어오면 언제든지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황진환 기자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해운업 종사자 B씨 또한 "한번 출항하면 한 두 달 배에서 생활하는 건 기본이기 때문에 보통 중간에 정박하는 일정이 있으면 그 나라에서 주부식을 조달받는다"며 "기항지에서 물건을 나르거나 도선사가 선박을 주차하는 과정에서 외부인과 접촉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이 실습선에 타고 있는 학부모 이모(47)씨는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를 보고 아들이 혹여나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노심초사했다.

    이씨는 통화에서 "아무래도 백신을 못 맞은 상황에서 나갔기 때문에 감염될까 걱정이 많이 된다"며 "학교 측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비하고 있다'는 특별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더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승선하기 위해서는 전날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들도 받고 나갔다"며 "그럼에도 (청해부대 집단감염 경우처럼) 중간에 언제든지 감염될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아 정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해양대 측은 "부산시에서 대학 기숙사생, 실습생 대상으로 8월에 백신 접종 해 주겠다고 했는데 이미 나가버린 사람들은 일정이 맞지 않아 접종을 못한 것"이라며 "부산시나 해양수산부 차원에서 선원 대상으로 접종해야 한다거나, 외항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접종해주겠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지침은 내려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으로서도 부담스런 출항 실습이지만, 취업과 직결된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실습이라서 마냥 말릴 도리도 없다고 한다.

    해운업·방역 전문가들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4차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미 접종 학생들이 해외로 출항한 상황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한 배에서 오랜 기간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다"며"정부는 이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실습생들이 승선하기 전에 백신 접종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검사를 전날에 하더라도 그 당시 잠복기일 가능성도 있다"며"음성인 경우에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가검사 키트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 교수 또한 "해양대 학생들이 실습을 나갈 예정이었으면 진작에 백신을 접종했어야 했다"며 "배에서는 백신 외에는 코로나19를 예방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확진자가 나오면 음압 병실을 만들어야 하는데 배 안의 공기는 순환 공조 시스템으로 격리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순환 공조 시스템 때문에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 백신 외에는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일반 선원도 '백신 사각지대'…언제든지 집단감염 가능성


    생활센터 들어가는 청해부대 장병 태운 버스. 연합뉴스생활센터 들어가는 청해부대 장병 태운 버스. 연합뉴스
    특히 한 교수는 실습을 나간 학생 뿐 아니라, 해운업 종사자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 언제든지 집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모든 해운업 종사자에 백신을 접종시켰어야 했지만 늘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정부가 백신 접종 대상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외국인 선원과 만남이 잦은 특성상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백신 우선 접종을 요구했지만, 정부의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다만 정부는 지난 4월부터 '국적선박 선원' 대상으로 백신 우선 접종을 하고 있다. 이마저도 국내에 오래 머물 수 없는 업계 특성상 접종률이 10%정도로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한 교수는 "일반 상선들은 (백신 등) 정부 지원도 못 받고 이미 코로나에 감염되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5월 한 상선 기관장이 코로나19에 확진돼 배에서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외항 선원, 외국인과 접촉하는 항만 노동자, 외국 선박에 부식 공급하는 업자 등 구체적으로 접종 대상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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