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로 출마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당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원들에게 '당내 대선주자' 캠프 참여만 허용한다는 방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당내 친윤계 의원 40여명은 장외주자들을 향한 '입당 촉구' 성명을 내면서 우회적으로 세력 과시에 나섰다.
26일 오전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선 초반부터 '윤 전 총장의 대선캠프'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전날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캠프'라는 이름으로 대선조직을 키우면서 국민의힘 전‧현직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현역 의원을 비롯해 당협위원장과 당원들은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 캠프에서만 직책을 맡을 수 있는데,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박민식(부산북강서갑)·이학재(인천서구갑) 전 의원과 김병민(서울광진갑) 전 비대위원, 함경우(경기광주갑) 전 조직부총장 등이 현재 당협위원장 신분이다.
앞서 지난 19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제안으로 최고위는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 캠프에서만 직책을 맡을 수 있다는 안을 의결했다. 이 대표가 전날 윤 전 총장과 '치맥 회동'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자, 당 지도부 인사들이 즉각 문제를 삼았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당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당의 방침을 따라줬으면 한다"라고 했고, 배현진 최고위원도 "'윤석열 캠프'에 당 소속 당협위원장 4명이 참여한다고 의사를 표현한 것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한 달 전까지 당의 핵심 요직을 맡았던 분들이 공식적으로 당외 대선주자를 돕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당이 콩가루 같다는 비아냥을 누가 만들고 있냐"고 말했다. 이에 한기호 사무총장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4명의 인사에 대해선 당헌‧당규 위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외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경쟁 상대인 당내 대선주자들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조기 입당으로 당내 지지 기반 다지기를 선택하며 지지율 상승세를 탄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정당 정치의 원리'에 위배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지지율 하락세인 윤 전 총장과는 대조적으로 상승 국면인 최 전 원장 입장에서는, 당내 자원을 지원 받으며 윤 전 총장과의 격차를 좁혀가자는 계획에 변수가 생긴 셈이다.
최 전 원장 캠프에 합류한 당내 한 중진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
당내 인사들에게 장외 후보의 지지를 허용하는 것은 마치 후진 기어를 넣고 전진하려는 것과 같다"며 "정당 민주주의 순리대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캠프 소속 한 초선의원도 통화에서
"이 대표가 스스로 가이드라인까지 설정해놓고 지금 그걸 무시하고 있다. 이런 행위들에 대해 결국 당원들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입당 교섭이 진행 중이라지만 윤 전 총장은 오늘 현재 무소속"이라며 "당사자들이 유감 표명과 당직 자진사퇴로 결자해지하고 수습하는 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윤 전 총장 측은 '야권 통합'의 대의 차원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자진 사퇴 요구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해 "(캠프에 참여한) 본인들이 저와 함께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신 것이기 때문에 제3자가 거기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선 논평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캠프에 합류한 한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
정치에선 여러 비판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야권 통합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권성동, 정진석 의원을 중심으로 당내 의원 40여명은 윤 전 총장을 포함 장외 대선주자들에 대한 입당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에 들어온 그 어떤 외부 주자도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기회를 받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범야권 주자들이 모두 모여 한바탕 축제 같은 경선을 벌이자"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에 대한 비판이 집중되자,
'입당 촉구' 메시지를 명분으로 현역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며 친윤계가 세력을 과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윤 전 총장 캠프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윤 전 총장이 현재로선 거의 입당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에 가깝다"며 "정식으로 캠프에 합류하지 못한 현역의원들이 오늘 사실상 공개적으로 지지 세력 결집을 보여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