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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휩쓴 피부질환 집단산재, 범인을 찾았다

경제 일반

    현대중공업 휩쓴 피부질환 집단산재, 범인을 찾았다

    핵심요약

    현대중공업서 급증한 피부발진 집단발병, 알고보니 새로 도입한 '친환경' 무용성 도료 때문
    기존 도료보다 과민성 물질 크게 늘었는데…후속조치 제때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가을 현대중공업 노동자 사이에서 잇따라 나타난 피부발진 산업재해의 원인이 업계에서 새로 도입한 페인트(도료)였다는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중공업 도장작업자 집단 피부 질환 사고를 조사한 결과 '무용제 도료'에 포함된 과민성 물질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2일 밝혔다.


    현대 조선 3사 중심으로 최소 55명 피부질환 발생…검진 대상 확대하면 피해노동자 더 늘어날 듯


    앞서 지난해 9월 무렵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피부 발진이 발생한 노동자가 속출했고, 지난 2월 직업성 피부질환으로 인정돼 산업재해 승인도 내려진 바 있다.

    실제로 노동부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현대 계열 조선소와 KCC 등 도료 제조사 KCC 등 총 10개 회사의 노동자 1080명을 임시건강진단한 결과 55명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고, 이 중 53명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 계열 조선3사의 노동자였다.

    또 177명에 대해서는 현재는 피부질환이 없지만, 무용제도료를 취급할 때 피부질환 증상이 나타난 경험이 있어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다만 노동계는 실제 피부질환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임시건강진단이 도장작업자에만 이뤄졌는데, 다른 업무를 맡은 노동자들도 간접적으로 무용제 도료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은 '무용제 도료'…기존 도료보다 과민성 물질 크게 늘어


    이들이 앓고 있는 피부질환의 주범으로 지목된 '무용제(無溶劑) 도료'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이 5% 이내인 도료를 뜻한다. 대기오염 및 환경오염을 줄이는 친환경 제품으로 꼽히지만, 품질 문제로 상용화되지 못해 그동안 유기용제 도료가 널리 쓰였다.

    그런데 2019년 4월 정부가 환경친화적 도료를 사용하도록 무용제 도료를 사용하면 미세먼지 주범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을 줄인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4월부터 이를 반영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과 KCC가 공동개발한 무용제 도료를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지난해 4월부터다.

    노동부가 지난 1월부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을 통해 기존 도료와 무용제 도료를 비교한 결과, 무용제 도료는 기존 도료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은 낮아진 대신 새로운 과민성 물질들이 그 자리를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과민성 물질 평가툴(EIS)을 이용해 기존 도료와 무용제도료의 과민성지수를 평가한 결과 기존 도료의 위험등급은 전체 6개 등급 가운데 1등급(137점)에서 4등급(607점) 수준이었지만, 무용제 도료는 가장 점수가 낮은 것도 3등급(449점)이었고 5등급(940점)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었다.

    주 성분인 에폭시 수지도 기존 도료에 사용된 Bisphenol A형보다 분자량이 적은 Bisphenol F형을 사용한 바람에 피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과민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 무용제 도료가 피부질환의 원인인 것으로 판단됐다.


    도료 개발하면서 피부 과민성 문제 간과…후속 조치도 제때 하지 않은 '인재(人災)'


    특히 노동부는 이번 집단 피부질환 발병 산업재해가 단순히 무용제 도료를 잘못 개발한 문제가 아니라, 무용제 도료의 개발부터 사용에 이르기까지 사측이 사전에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인재(人災)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 위험성을 평가한 후 사전에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사·조선사 모두 무용제 도료를 개발하면서 새로 함유된 화학물질의 피부 과민성 문제를 간과했고, 사용과정에서도 피부 과민성에 대한 유해성 교육이나 보호구 지급을 제때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피부질환자가 많이 발생한 현대 계열 조선3사에 대해 오는 2일부터 안전보건조치를 명령하고, 이행실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안전보건조치에는 △화학물질 도입 시 피부과민성에 대한 평가 도입 △내화학 장갑, 보호의 등 피부노출 방지 보호구 지급‧착용 △도장공장 내에서만 무용제 도료 취급 △의학적 모니터링 및 증상자 신속 치료 체계 구축 △안전 사용방법 교육 △일련의 조치사항들에 대한 사내규정 마련 등이 담겼다.

    아울러 노동부는 다른 조선사들에도 이번 사례의 원인과 문제점, 조치사항들을 전파해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만약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 감독을 통해 화학물질 관리체계 적정성 및 노동자 건강보호 조치 여부를 확인하고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동부와 환경부는 이례적으로 국내 10대 조선사에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않거나, 유해성이 적은 물질로 대체하는 등 유해물질 저감에 노력하도록 협조를 요청한 서한문을 보냈다.

    또 도료 제조사에 대해서는 하반기 중 화학제품 개발‧상용화 단계에서 충분한 안전성 검증을 하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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