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집중호우와 섬진강댐의 방류로 물난리를 겪은 순창군. 순창군 제공지난해 8월 기록적인 폭우에 섬진강 하류와 용담댐 하류에서 발생한 수해가 '댐 관리 미흡', '법·제도의 한계' 등 복합적 원인에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섬진강댐에 이어 용담댐 수해 원인 조사 보고서 역시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범람 7일 전부터 넘었던 용담댐의 홍수기간 제한수위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용담댐 하류에서는 598명의 이재민이 생기고, 농경지 106ha가 침수되는 등 총 534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용담댐 하류의 침수가 시작된 건 8월 7일 저녁. 당시 용담댐의 수위는 이미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에 넘어선 안 되는 수위인 홍수기 제한수위(EL.261.5m)를 초과한 상태였다.
여기에 용담댐의 수위는 홍수가 발생하기 7일 전부터 홍수기 제한수위를 넘어섰다.
용담댐 운영 현황. 댐의 수위는 물이 범람하기 7일 전부터 홍수기제한수위를 초과했다. 용담댐, 대청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 용역 조사결과 갈무리다목적댐은 댐 관리규정에 따라 홍수기에 댐의 홍수조절용량을 최대한 활용해 홍수조절을 시행하며 '댐 수위를 홍수기 제한수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즉, 물난리 당시 용담댐은 댐 관리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수자원학회 등 원인 조사를 맡은 용역사는 잘못된 댐 운영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법·제도의 한계'를 핑계 삼아 책임소재를 밝히지 않았다.
평년보다 11m 높게 유지된 수위
홍수가 발생했을 당시 용담댐의 저수위는 EL.258.1m로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평균 저수위보다 11m 높은 수치다.
용담댐 수해 원인 조사 최종보고서 발표 당시 한 전문가는 "이 같은 사실이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사에 참여한 A교수는 "'비가 많이 왔다'는 핑계 등을 대는데 용담댐이 물을 많이 갖고 있었던 것이 원인"이라며 "(조사 결과를) 있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한 가지 관점을 선택해 결론지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조사가) 어떻게든 피해 주민들의 보상금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한 유감을 보였다.
섬진강·용담댐, '데칼코마니' 보고서
용담댐 수해 원인 조사 종합결론 위. 섬진강댐 수해 원인 조사 종합결론 아래. 문장의 단어 순서만 바꾼 듯한 항목도 있다. 수해원인 조사결과 갈무리
부실한 조사가 의심되는 대목은 또 있다. 섬진강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 결과와 용담댐 하류 수해원인 조사 결과가 마치 데칼코마니를 한 듯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원인 조사 보고서에 있는 그래프를 훑어만 봐도 홍수 당시 두 댐의 수위와 강우량, 유입량은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두 보고서의 종합 결론은 '직·간접적 영향'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일치하는 것은 물론, 문장도 단어 순서만 조금 바뀌었을 뿐 큰 차이가 없다.
수백억 원, 천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수해 원인 조사가 성실히 진행됐을지에 대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 3일 수해 원인과 정부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4월 개정된 환경분쟁조정법에 따라 댐 등 수자원 시설로 인한 홍수 피해가 환경분쟁조정 대상으로 포함됐다"며 "피해 구제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