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10년 전인 201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김연경 페이스북 캡처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전 김연경은 한국 배구를 위해 고민이 많은 23살 선수였다.
당시 김연경은 일본에서 JT 마블러스를 창단 이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게 만든 뒤 유럽 무대인 터키 페네르바흐체로 이적했고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중이었다.
2011년 12월 4일 김연경은 자신의 페이스북이 이런 글을 남겼다.
나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부심을 갖고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박지성, 기성용 등 유럽챔피언스리그 선발로만 나와도 모든 이슈가 된다.
하지만 나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선발로 나와 양 팀 최고득점을 해도 한국에서 아는 사람은 팬밖에 없다. 축구와 배구 스포츠에 차이도 있겠지만 너무 관심이 없다.
물론 축구나 야구처럼 그 정도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가 지금 터키라는 리그에서 열심히 한국을 알리고 열심히 뛰고 있을 때 한국에서는 나한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건 조금의 관심이다. 이런 부분이 너무 안타깝고 가끔은 이런 현실이 슬프다.
2011년 12월 4일 김연경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김연경 페이스북 캡처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김연경은 한국 여자 배구가 더 성장하길 갈망했다. 그 시절 김연경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이런 고민이 가득 묻어있다.
이 글을 남기기 한달 전.
김연경은 2011년 11월 4일부터 18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배구 월드컵 대회 참가를 위해 터키에서 귀국 해 한국대표팀에 선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때 뭔가를 많이 느꼈던 김연경이었다.
2011년 11월 7일
한국 배구의 끝은 어디인가요… 왜 맨날 피해 보는 건 선수죠? 진짜 진짜 진짜 속상하다.
2011년 11월 13일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마음공부라고 생각하고 인내… 또 인내하자.
하지만 만약에 내년에도 이런 식이라면 난 절대 들어오지 않을 거다.
2011년 11월 19일
5월에 있는 (런던) 올림픽 예선전 때는 정말 KOVO 협회가 같이 대표팀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체계적으로 지금부터라도 올림픽에 대한 준비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정말 준비만 잘 됐으면 잘 해낼 수 있었던 시합이 많았었는데…
아직 멀었다 한국배구. 제발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한국 안에서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크게 봤으면 하는 내 생각이다.
이후 10년 동안 한국 배구를 향한 그의 사랑과 열정은 결국 주변을 변화시켰다. 더뎠지만 조금씩 바뀌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3개월 동안은 선수들 모두 외부와 접촉을 끊고 훈련에만 몰두했다.
변화와 노력은 결과로 돌아왔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축구와 야구도 응원했지만 여자배구팀 경기에 가장 흥분했고 감동했다.
한국 배구대표팀 김연경이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김연경은 지난 4일 4강행을 확정한 터키전 승리 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배구가 어쨌든 중요한 경기 이기면서 많은 분께 관심받는다는 거 너무 기쁘다. 만족하지 않고 4강, 그 이상 2경기 남아 있다. 잘 마무리해서 보답하고 싶다." 배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게 돼서 기쁘다는 김연경.
대한민국 국민을 울릴 그의 올림픽 라스트 댄스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