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성폭행 사건이 지난해 데이트폭력을 저지른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밝혀졌다.
경기 성남중원경찰서는 장애인 강간, 상해치상 등 혐의로 A(50대)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5월 성남시 중원구의 한 야산에서 장애인 B씨를 성폭행하고 때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18년간 장기미제로 남아 있었다. 당시 현장 주변에 폐쇄회로TV(CCTV)가 없었고, 피해자인 B씨도 장애 때문에 진술을 명확하게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사건 증거물에서 피의자의 DNA도 확보했지만, 범죄자 DNA 데이터상에 일치하는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은 또다른 범죄 사건을 통해 밝혀졌다. A씨가 지난해 데이트폭력을 저지르면서다.
지난해 9월 A씨는 교제하던 여성을 숙박업소에서 마구 때리고 흉기를 사용해 업소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어 같은해 11월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한형 기자
수사기관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는 피의자의 DNA를 채취할 수 있다. 검찰은 A씨의 DNA를 분석했고, 18년 전 미제사건의 피의자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달 검찰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통보받고 추가 수사를 벌였다. 이어 A씨가 과거 성남 분당 일대에 거주했던 점, 운수업을 하며 성남을 자주 왔다갔다 했던 점 등을 밝혀냈다.
경찰은 지난 2일 전북 정읍에서 A씨를 체포했다. 이어 지난 4일 구속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누구를 성폭행한 기억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고 추가 수사를 통해 A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며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꼼꼼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