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한형 기자'국정농단' 뇌물·횡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가 9일 진행된다. 재계의 가석방 요구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민의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부딪히는 가운데 최종 결정은 법무부 장관이 내리게 된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교정당국이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로 올린 수감자들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대상자 수는 매월 1천 명 안팎으로, 심사는 3~4시간 진행돼 이날 저녁쯤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는 심사위가 결론을 내면 법무부 장관이 30분 이내로 결재를 한 후 각 교정기관에 전달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도 이르면 이날 저녁 늦게 알려질 수 있는 셈이다.
가석방심사위 위원장은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며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 △유병철 법무부 교정본부장 △윤강열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교수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윤오 동국대 교수로 심사위원이 구성돼 있다.
당연직 위원 자리지만 공석이었던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에 윤웅장 기획과장이 최근 임명되면서 윤 신임 국장도 이날 심사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사위원 일부가 불출석하는 경우도 있어 표결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사위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으로 개의하며,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위원들은 심사대상자에 대해 '적격·부적격·심사보류'를 택할 수 있다.
가석방 심사 시에는 수형자의 나이, 범죄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가석방 후의 생계능력, 생활환경, 재범 위험성, 그 밖에 필요한 사정 등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정하고 있다.
통상 형기의 80% 이상 복역해야 가석방 대상이 됐지만, 법무부는 지난 4월 가석방 심사기준 완화 방침을 밝히며 '형기의 60% 이상 복역'으로 대폭 낮췄다.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은 이 부회장의 경우 2017년과 2018년 1·2심 재판 당시 1년 가까이 복역했고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재수감된 후 7개월이 더 지났다. 형기의 60%는 넘겼지만 80%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들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가석방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참여연대·민변·민주노총 등 1천여 개 시민단체들은 연일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기업 성장을 이유로 가석방을 남용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공식이 반복될 뿐이라는 주장이다. 또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재범의 여지도 크다고 강조한다.
이미 확정된 국정농단 사건 외에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한 정식 재판이 오는 19일부터 시작된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한편 재계는 이 부회장의 석방 필요성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지만, 석방된다고 해서 이 부회장이 곧바로 경영에 투입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가석방 이후 기업 활동을 위해선 법무부 장관이 취업제한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별도의 승인을 해야한다.
만약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승인된다면 이 부회장은 이르면 오는 13일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