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많이 맞고 지내다가… 견디다 견디다 못 견뎌서 집을 나왔어요."
한 청소년은 자신이 집 밖에서 생활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중학생 때의 일이었다. 건물 계단에서 잠을 자야 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고, 이후에는 청소년쉼터 등지를 떠돌았다고 한다. 홀로서기를 앞둔 지금은 더욱 막막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용어 변경을 권고했고 올 들어 법률용어도 됐지만, 여전히 가출청소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익숙하게 느끼는 '가정 밖 청소년'들. 하지만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집 밖에 놓이는 이면에는 가정폭력과 학대·방임, 빈곤, 가정해체 등이 확인되고 있다.
사실상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른이 되고, 자립을 해야 하지만 이들에게는 사회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관심과 지원이 미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청소년의 자립지원과 관련해서는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가 끝난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제도가 있는데, 그 자체도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을뿐더러 보호종료아동에 해당되지 않는 가정 밖 청소년들은 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충남에서 '충청남도 가정 밖 청소년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자립지원의 범위를 청소년쉼터와 청소년자립지원관, 청소년치료재활센터, 청소년회복지원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9~24세 가정 밖 청소년까지 포괄하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황영란 충남도의회 의원. 충남도의회 제공조례를 대표 발의한 황영란 충남도의회 의원(비례·더불어민주당)은 "가정 밖 청소년들도 사실은 보호종료아동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만, 실제로 지원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조례를 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례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정 밖 청소년의 보호·지원을 위해 청소년복지시설의 설치·운영과 각종 시책 개발을 위한 노력을 도지사의 책무로 정하고 있다. 가정 밖 청소년 지원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하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상담·보호·교육·직업능력개발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가정 밖 청소년에게 학습과 자립을 위한 지원금, 직업훈련비, 의료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토대도 갖췄다.
집 밖에서 마주한 사회에서 '집을 나온 아이들'이라는 냉대를 받아야 했던 청소년들. 이들에 대한 '다른 시선'이 담겼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황 의원 역시 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강조하며 "관련 예산 편성 등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의회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