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이한형 기자
"너 착한 애가 돼야지, 나쁜 애가 되면 되냐. 나는 조서를 다 볼 수 있어. 그러니까 진술을 번복해. 너 연예계나 화류계에 있을 애 같은데, 너 하나 죽이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
검찰은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회사 소속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투약 사건을 제보한 A씨에게 이 같은 말을 했다고 13일 재판에서 밝혔다. 그러나 양 전 대표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보복‧협박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청취하고 재판 계획을 정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양 전 대표 본인 대신 변호인이 출석했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이 사건 제보자인 A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을 당시 비아이에게 마약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도 하자 A씨를 회유·협박해 비아이 관련 수사를 막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재판에서 밝힌 구체적인 공소사실에 따르면 양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8월 김모 경영지원실장으로부터 A씨가 경찰에 체포돼 비아이의 마약 투약 관련 진술을 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 이후 양 전 대표는 YG 사옥에서 A씨를 만나 "너 연예계나 화류계에 있을 애 같은데, 너 하나 죽이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라고 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양 전 대표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양 전 대표가) A씨를 만나서 얘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짓진술을 하도록 협박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제시한 증거엔 기소된 보복‧협박 사건 외에 범인도피 교사 의혹 사건의 증거가 혼재돼 있다며 이를 명확히 분리해야 방어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공판준비기일을 오는 9월17일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A씨를 해외로 출국하도록 한 범인도피교사 혐의도 받고 있지만, A씨에게 출국을 직접 지시한 의혹을 받는 소속사 대표가 도피 중이어서 해당 혐의에 대해선 사법처리를 보류하는 참고인 중지 처분이 이뤄졌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양 전 대표의 '명예'를 고려해 재판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놔 적절성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재판장은 "되도록 올해 안에 (재판을) 끝내도록 노력해보겠다. 피고인들의 경우 명예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 법정에 너무 자주 나와서 노출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가, 이내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