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물가가 넉달째 2% 이상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향한 '파란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확진자 숫자가 사흘연속 2천명 내외를 유지하는 등 경기침체의 전조가 되는 '노란불'이 동시 점등되는 형국이다.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21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107.61(2015년=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2.3% 오른 후 5월(2.6%)과 6월(2.4%)에 이어 4개월 연속 2%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4개월 연속 2% 이상 물가가 오른 일은 지난 2017년 1월~5월 이후 4년 2개월만의 일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1년 7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수입물가지수는 119.73을 기록했다. 7월 수입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광산품과 석탄,석유제품 등이 올라 전월에 비해서는 3.3% 상승했고 1년전에 비해서는 19.2% 상승했다.
수입물가지수 추이와 수출물가지수 등락률. 한국은행 제공한은 관계자는 "이와같은 수입물가지수 수준은 지난 2014년 4월의 120.8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와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수입물가 상승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최근 넉달째 이어진 2%대의 높은 물가에 이어 향후 물가에 대해서도 불안요인이 된다.
또 미국이 테이퍼링 카드를 만지작 거리면서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환이 빠져 나가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고공행진이다. 높아지는 원달러 환율은 고스란히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물가측면만 고려한다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결코 늦지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11일 내놓은 '2021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은행의 7월말 현재 가계대출은 1040조 2천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9조 7천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이런 7월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지난 2004년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은 지난해 7월의 7조 6천억원이었으니 이보다도 2조 1천억원이 많다.
홍남기 부총리가 나서서 '집값고점'이라며 '영끌'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6조 1천억원 늘면서 지난 2015년 7월 6조 4천억원 증가 이후 두 번째로 많이 늘어났다.
여기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64만 8천 명으로, 2020년 7월 대비 54만 2천 명 늘었다. 이로써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 갔다.
특히, 지난달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는 등 코로나19 4차 확산이 고용 개선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으나 지난달에도 50만 명대의 비교적 큰 증가를 나타냈다.
물가의 고공행진에 수입물가지수 상승이 알려주는 추가상승 여지에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대출 증가세, 이런 가운데도 좋은 것으로 비춰지는 고용동향은 모두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향하도록 하는 '파란불'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달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금통위원들 사이에 공유될 것 같다"면서 "이번에 올리지 못한다면 10월 금통위인데 이때는 너무 늦는 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한국은행 제공실제로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고승범 금통위원 1명이 금리인상을 주장했지만 나머지 위원들도 모두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했던 것으로 최근 공개된 금통위 회의록에 나온다.
반면 최근 사흘째 확진자수가 2천명 내외를 유지하는 등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의 위세가 심상치 않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단계를 더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큰 변수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2021년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를 보면 7월 전체 산업의 업황BSI는 87로 전월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 3월 이후 상승해온 업황BSI가 5개월만에 하락했다.
기업들이 현재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업황BSI는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고 높으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했던 고승범 금통위원. 그는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연합뉴스전 산업 업황BSI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통틀어 기업들이 현재의 경기를 전망하는 것으로 100이하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지난 3월 이후에는 그나마 수치가 조금씩 증가해 왔다.
이 가운데 제조업의 업황BSI는 97로 전월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제조업 업황BSI가 이렇게 하락한 것은 내수가 둔화되는 가운데 원가상승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8월달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8월 제조업 업황전망BSI는 금속가공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13포인트 하락하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반도체와 전자부품 생산차질 우려로 4포인트가 빠지면서 제조업 전체로는 7포인트 하락한 92를 기록했다.
비제조업도 예술과 스포츠, 여가 등은 21포인트, 도소매업 12포인트, 사업시설관리와 사업지원, 임대 등은 9포인트가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4포인트 하락한 78로 파악됐다.
금리인상론에 대한 '노란불'이다.
한화증권 김성수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면서 "이번에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보다는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2명으로 7월 금통위 때보다 늘어나고 이를 토대로 10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또는 코로나19의 맹위가 진정되면 이라는 전제를 달아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