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15 가석방 논란에 가려 비교적 덜 주목받은 이중근(80) 부영그룹 회장의 가석방 결정을 두고도 적절성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는 '재벌 봐주기 행태'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이번 가석방에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8월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었던 이 회장도 이재용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법무부가 허가한 이번 8.15 가석방 대상자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지난 13일 오전 10시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이 회장은 가석방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같은 시각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과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재수감 207일 만에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의왕=박종민 기자법무부는 지난 9일 수형자 810명에 대한 가석방을 확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됐다는 점과 함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이라며 그 사유도 간략하게 설명했다.
반면 이 회장의 경우 명단 포함 여부는 물론 사유조차 설명되지 않았다. 가석방 심사 결과 공개에 사전 동의한 이재용 부회장과 달리 이 회장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사법 처리 과정에서 수차례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는 총수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서민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에서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으로 2018년 2월 구속기소 됐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5개월 만인 그해 7월 이 회장이 지병을 이유로 낸 보석신청을 허가했다. 석방 조건으로 납입된 보석금은 20억원이었다. 검찰은 이 회장의 횡령‧배임액이 4300억원에 달한다고 봤지만, 1심 재판부는 520여억원 가량만 유죄로 인정하고 같은 해 11월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분양 전환가를 부풀린 혐의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당시 재판부는 중형을 선고하면서도 방어권 행사 기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보석 상태가 유지되자 전직 대법관 등 20여명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게 주효했다는 평가와 함께 '황제보석' 논란이 일었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이 회장의 일부 배임 혐의를 추가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억원으로 감형하면서도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고, 대법원이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8월 해당 형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 2008년엔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해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되기도 했지만 두 달 만에 8.15 특별사면 명단에 올라 이때도 특혜 비판이 일었다.
이번 가석방 결정엔 그가 가석방자 형집행률 기준에 부합한다는 점과 고령이라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데다가 과거 논란들까지 감안하면 가석방 고려 요소인 사회 감정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 연합뉴스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회삿돈을 사유화하고 횡령한 재벌 총수를 특별한 사유 없이 가석방하는 건 재범우려가 없는 모범수형자, 생계형 범죄자, 노약자 등을 조기에 사회에 복귀시켜 재사회화를 촉진하려는 가석방 제도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법치주의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이 회장 가석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이중근 회장의 정확한 가석방 사유부터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도 "전국 각급 법원에선 이 회장을 상대로 분양전환 가격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민사소송이 수백여건이나 진행 중"이라며 "공공임대주택사업에서 각종 편법과 탈법, 불법으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피눈물을 쏟게 한 이 회장을 가석방하는 건 이 나라의 공정과 법치를 무너트리는 처사"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