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의 한 다세대 주택을 담보로 농협으로부터 백억 원대 부실대출을 받은 건설 시행사가 공사 대금은 지급하지 않고 잠적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올해 초 공사비를 받지 못해 분신한 50대 가장의 일터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밀린 공사비…50대 가장은 분신해 숨져
지난 1월 28일 전주시 덕진구 원당동의 한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A(51)씨가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나흘 만에 숨을 거뒀다.
그는 지난 2019년부터 원당동의 빌라 건설에 참여했지만 시행사로부터 폐기물 수거 대금 6천만 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사망하자 A씨와 함께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 30여 곳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시행사 등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업체들이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공사금은 무려 32억 원가량이다.
이에 경찰은 사기 혐의를 받는 시행사 대표 등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군산 빌라서도 미지급…채권단은 유치권 행사
50대 가장의 분신 사건이 터졌을 당시 군산의 한 빌라에서도 "이름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 같은 시행사로부터 공사비 미지급 사기를 당했다"는 업체들이 등장했다.
군산시 대야면의 G빌라는 지난 2017년 11월 말 준공 승인이 났다. 그러나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대표 등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사비를 받지 못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G빌라 공사에 참여한 업체 대표 B씨는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업체들이 약 80억 원의 공사비를 시행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했다"며 "50대 가장이 분신한 원당동 빌라의 공사비를 미지급한 곳도 같은 시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와 전주 원당동 빌라 공사가 완료되면 거기서 나오는 이득금으로 채권을 상환받는 협약서(약정서)를 작성했다"면서도 "결국 돈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을 구성한 하도급업체들은 시행사와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전북 군산시 대야면의 G빌라. 시행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들이 채권단을 구성하고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송승민 기자"농협 부실 대출…시행사 백억 원 받고 잠적"
두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들에 막대한 공사대급을 지급하지 않은 이 시행사는 농협으로부터 백억 원 대의 부실대출을 받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농협중앙회의 감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8개의 지역 농협은 군산시 대야면의 G빌라를 담보로 시행사에게 백억 원대 대출을 승인했다.
그런데 이 대츨은 미분양 된 건물을 담보로 담보인정비율을 10% 올리는가 하면, 시행사의 자금 상환능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부실로 얼룩진 대출이었다 .
실제로 지난 16일 찾은 G빌라의 1단지는 공사가 미처 완료되지 않아 입주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분양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백억 원대 부실 대출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농협은 대출을 한 8개 지역농협의 임직원 3명을 정직 처분하고 16명에 대해서는 감봉, 17명을 견책하는 등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채권단은 "농협이 담보물의 상황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했다"며 "농협의 부실한 절차에 대출금을 받은 시행사는 잠적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군산시 대야면의 G빌라.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준공이 승인됐고 농협에서 백억 원대 대출이 나왔다. 내부 공사가 끝난 2단지(위)와 1단지(아래). 1단지의 공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송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