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박강아름 감독. 영화사 진진 제공남편을 데리고 프랑스로 떠난 82년생 박강아름이 고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박강아름의 고민과 질문에서 시작됐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던지는 자신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박강아름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가장 잘하는 작업이다.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서 박강아름 감독은 사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불편하고 부당하게 여기는 그에게마저 그것이 내면화되어 있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에서 감독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의 코스튬을 걸치고 자신과 주변을 관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렇게 개인의 질문에서 시작된 관찰과 추적은 사회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짚어냈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도 개인의 질문에서 시작해 개인에 대한 관찰로 이어졌지만, 결국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박강아름에 대해 돌아보게끔 했다. 개인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런 개인을 관찰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관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박강아름이 하는 '자전적 다큐멘터리'는 지금 시대에 무엇보다 필요하고, 유의미한 작업이다. 그래서 물었다. 박강아름은 왜 '박강아름'에 대해 질문하는 걸 멈추지 않는지 말이다.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어쩌면 나를 가장 잘 모르는 건 '나'일지 모른다
▷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보고, 또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꼈는데요. 나 자신이니까 나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나를 제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박강아름 감독(이하 박강아름) : 저는 더듬이가 저를 향해 있는 사람이기도 한데, 저를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주변에서 '너는 이런 사람인 것 같아'라고 말해줘야 알고요. 영화 개봉하고 GV를 할 때도 그렇지만, 어떻게 카메라 앞에서 솔직할 수 있냐고 말하는데 저는 제가 솔직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저를 알고 싶어서 카메라를 든 거거든요. 이랑씨는 저한테 '연습하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너무 재밌는 질문이에요. 내가 하는 게 사람들은 되게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싶었죠. 저는 카메라를 틀고 저를 보이는 게 어렵지 않아요. 제게는 편한 작업이에요.
▷ 나에 관해 질문하며 나를 알아가는 작업을 담은 '셀프 다큐멘터리'는 통해 영화 안팎의 경계를 오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박강아름 : 자전적 다큐의 매력이기도 한데요. 제가 출연하고 연출하기 때문에 계속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며 작업하는 것 자체가 보일 것이라 생각해요. 출연자로서, 연출자로서 지켜야 할 것에 너무 연연해 하지 않았어요. 아마 그냥 내 자신을 잘 알고 싶다는 욕망이 되게 컸기 때문이고, 또 그러려면 자연스럽게 솔직해지는 거 같아요.
솔직해지려고 노력했다는 건 순서가 바뀐 거 같고, 저는 저를 알고 싶었고 그게 저한테는 큰 위안이에요. 저를 알아야 이 갈등과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러니까 계속 싸우는 지옥인데 도대체 나는 결혼을 왜 했고, 결혼이 뭘까 고민을 해야 풀리기 때문이죠. 제가 계속 스스로도 가해자의 위치에 서 있게 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만 나쁜 사람이 되는 거 같은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고요. 이런 건 뭘까, 이런 것에 관해 알고 싶었어요. ▷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거라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여성 감독이 자기 이야기를 담아내면 사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박강아름 : 여성 감독의 자전적 다큐는 항상 사적인 이야기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역사적으로 있었죠. 여자 감독이니까 돈 안 들이고 쉽게 자기를 찍는다는 그런 식의 인식이 저한테는 계속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 안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저 스스로를 계속 옥죄고 있었던 것도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페미니즘 이슈도 있고, 여성의 이야기가 개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고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나와서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그렇지만 7~8년 전에는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 감독도 느끼지 않았을까요.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자전적 다큐는 '다큐란 무엇인가'를 정면 돌파한다
▷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통해 개인의 이야기가 단순히 개인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결국 박강 감독의 작업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인 것 같아요. 어떻게 '나 자신'을 주제로 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박강아름 : 학부 때 극영화를 주로 만들면서 답답함이 있었던 거 같아요. 풀리지 않는 갈증도 있었고요. 그래서 실험영화 과목이 있는 학교를 선택해서 대학원에 갔는데, 첫 학기 다큐멘터리 역사 수업에서 자전적 다큐멘터리와 비디오 에세이, 필름 퍼포먼스를 공부했어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 기말과제로 '내 머리는 곱슬머리'라는 자전적 다큐를 처음 만들었어요. 한국은 단정하지 않고 머리가 부해 보이면 여성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죠. 또 생머리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는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제가 흥미를 가졌던 이유는, 자전적 다큐는 '다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장르이자, '다큐란 무엇인가'를 정면 돌파하는 장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영화적 실험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해요.
저는 무엇보다 여성 감독이 찍는 자전적 다큐에 주목했어요. 여성 예술가의 몸이 카메라 앞에서 주체적으로 서서 감독이기도 하고, 출연자이기도 한, 권력관계를 와해시키는 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항상 카메라 뒤에서 감독이 질문하면 출연자는 대답하는 상황에서 위계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자전적 다큐는 그 권력관계를 와해시키죠.
▷ 감독의 작품 세계가 '나'에서 내 주변 사람으로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박강아름의 세계를 만날 수 있나요? 박강아름 : 다음 작품은 주변인을 다루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하나는 보리와 슈슈의 사랑과 관계를 다룬 작품이에요. 보리는 커가는 데, 슈슈는 나이 들어가죠. 관계와 사랑은 이별, 죽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둘을 보며 죽음과 이별에 대해 갖고 있는 두려운 마음이 들어갈 거예요. 촬영은 슈슈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종료될 거 같아요.
그리고 같이 전개하고 있는 작업은 나혜석(최초의 여류 서양화가로, 근대적 여성 해방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자 이를 문학으로 표현한 문학가)에 관한 다큐멘터리예요. 제가 갖고 있는 질문은 잡지와 신문에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치열하게 했던 아티스트 나혜석에 대해 나는 왜 관심을 갖고 끌리는 걸까, 나는 왜 좋아하는 걸까 질문하고 있어요. 일대기를 풀어내는 다큐는 아닐 거 같고, 나와 나혜석을 연결하는 부분을 찾을 거 같아요. ▷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을 위해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보다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강아름 : 이 영화는 우리가 평상시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서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하지 않더라도 파트너와 같이 사는 건 항상 우리의 일이죠. 그래서 기혼이든 미혼이든, 이혼이든 재혼이든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결혼이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걸 알고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끼리는 '비혼 장려 영화'라고 이야기하지만, 결혼 비혼 이혼 재혼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꼭 보셔야 할 영화예요. 추천합니다!(웃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