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가출소 후 '화장품 판매원'으로 일한 것을 두고 적절성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방문판매업은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제한 대상 업종이 아니지만, 강씨의 범죄 전력으로 봤을 때 직업 선택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화장품 방문판매업을 알선한 이는 교정위원인 A 목사로, 그의 '정체'에 대해 여러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황이다. 강력 성범죄자 교화 활동에 있어 교정위원의 전문성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과 14범 강윤성…가출소 하고 '화장품 방문판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지난달 3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2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씨는 지난 5월 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 후 이전에 복역하던 청주교도소에서 친분을 쌓은 교정위원 A 목사 주선으로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시작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강씨의 전자감독대상자 인적사항에는 직업이 '화장품 판매원'이라고 적혀 있다. A 목사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내가 물건(화장품)을 사서 팔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라며 "일단 그렇게 영업을 하면서 대인관계를 늘려나가 인맥을 만들면 길이 열리지 않겠나 해서 그런 의도로 했던 것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는 강도강간과 강도상해 등 성범죄 2건을 포함해 총 14회에 달하는 범죄 경력이 있고, 과거 여성만 표적으로 삼아 강도 범죄를 계획하기도 해 직업 소개가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강씨는 지난 1996년 10월 길 가던 30대 여성을 여러 차례 폭행 후 금품을 강탈하고 강간해 징역 5년 및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05년 9월에는 차 안에서 흉기로 20대 여성을 위협해 금품을 강탈하고 추행해 징역 15년 형을 받아 보호감호 가출소가 취소된 바 있다. 아울러 강씨는 일부러 여성 직원이나 고객이 많은 업소를 찾아다니며 강도짓을 하거나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교정위원이 전과를 잘 알지 못하고 (강씨에게 직업을) 소개해줬는데 방문판매업은 집에 방문하는 거니까 매우 부적절한 제안을 한 것"이라며 "보호관찰관은 전과를 다 볼 수 있었을 텐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때 쫓아가서 만나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력 성범죄 전과자가 방문판매업을 하는 것은 현행 법상으로 별다른 규제 규정이 없다. 법원이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했을 때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는 기관은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및 의료기관, 경비업, 가정 방문형 학습 교사 사업장 등이다. 택배업도 2019년 7월 개정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성폭력 등 강력범죄자의 취업이 제한된다. 비슷한 대면 접촉 업무지만 방문판매업은 법망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성범죄 전과자의 취업 제한 대상을 법적으로 명확하고 종합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승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면 접촉을 통해 범행할 위험이 있는 직종이면 규정을 해야 한다"며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규정이 필요하며, 성범죄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감안해 문구나 내용을 확정하는 데 세밀한 접근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 논란이 터지고 강씨의 '화장품 방문판매업' 등이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향후 생업종사와 준수사항 이행 정도 등까지 고려한 수시 재범 위험성 평가 체계를 도입하겠다"며 "재범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준수사항 추가 등 지도·감독 강화 등을 병행하겠다"며 뒤늦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화장품 방문판매업 알선한 A 목사 정체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지난달 31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강씨에게 화장품 방문판매업을 알선한 A 목사의 정체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씨는 강도상해와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15년형을 받고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교리반 성경공부에 참여하면서 교정위원인 A 목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는 당시 교도소 직원과 수용자들을 상대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A 목사는 그와 상당히 가깝게 지내면서 당시 직원들이 만류했다는 증언도 전해진다.
A 목사가 화장품 방문판매업을 소개한 배경으로는 그가 직접 판매업을 했던 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A 목사는 "(강씨가 화장품을) 팔아서 매출을 가져오면 일부 수익금을 나눠줬다"며 "매출에서 (내 통장으로) 입금한 것도 있고 입금 안 한 것도 있는데 생활이 어려우니 그렇게라도 스스로 하게 배려를 했다"라고 밝혔다.
A 목사는 전과 14범에 달하는 강씨의 범죄 전력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죄명을 알게 되면 선입견 때문에 힘드니까 재소자들 죄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인권 보호 차원에서 교정위원은 재소자들의 전과 이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강씨에 대한 재범 가능성이나 면밀한 성향 파악 없이 방문판매업을 소개시켜 준 대목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A 목사는 또 '강씨가 종교 생활하며 회개하고 있다'는 내용의 가출소 탄원서를 지인에게 쓰도록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 역시 강씨의 성향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밖에 A 목사는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수용자들에게 '가족들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라'고 편지를 쓰게 해 교도소 측에서 제재를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추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교도소 측 관계자도 "수용자 영성 교육을 독단적으로 추진해 교도소 직원들이 난감해 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력 성범죄자를 교화하는 교정위원과 교정당국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년 경력의 한 교정선교위원은 "법무부 교정본부도 교정위원이 문제수를 상담할 때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줘야 제대로 상담이 이뤄지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며 "교정당국과 교정위원들이 어느 정도 수용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서 같이 교화해나가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위원 대부분이 교도소에서 봉사한 사람들에 한해서 추천제로 들어온다"며 "수년 전 교정본부에서 교정위원 대상으로 전문 상담사 교육을 해 수료한 사람에게 자격증을 발급해줬는데 지금은 그러한 교육이 없다"고 지적했다.
A 목사는 자신의 정체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사람 좀 만들어보겠다고 몇 십 년을 활동해왔는데 너무 힘들다"며 "(강씨가) 교도소에 있을 때 성경 외에 책을 수백권 있는 거 다 처분하고 버렸다고 해서 어떻게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장사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강씨는 5월 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돼 지난달 26일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고, 전자발찌 끊고 도주하던 중 29일 또 살인한 혐의를 받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구속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일 강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전자발찌 연쇄살인범' 신상 공개…56세 강윤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