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잇단 '혐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일본 화장품 기업 DHC가 한국에서 끝내 철수한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진 후 국내에서 철수한 일본 기업으로는 세 번째다.
DHC코리아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며 해당 쇼핑몰 영업이 오는 15일 오후 2시 종료된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이로써 DHC코리아는 지난 2002년 4월 한국 진출 이후 19년 만에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된다.
DHC코리아는 자세한 영업 종료 이유를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잇따른 혐한 발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DHC코리아 홈페이지 캡처앞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던 지난 2019년 DHC의 자회사 DHC테레비는 혐한 발언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를 내보내 뭇매를 맞았다.
극우 소설가 하쿠타 나오키는 시사 프로그램 '도라노몬 뉴스'에 출연해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예술성이 없다. 그럼 내가 현대아트라고 소개하면서 성기를 내보여도 괜찮은가"라는 막말을 했다.
다케다 쿠니히코 교수도 "대부분 위안부는 통상 조직이었다. 피카소는 작품성이 있어 비싸지 않은가. 소녀상 같은 건 뭔가를 복사한 것 같고 가볍다"는 발언을 했다.
전 항공자위대 중장 오리타 쿠니오는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고 표현했고, 우익 정치평론가 사쿠라이 요시코는 "한국이 무엇을 하든 간에 일본에는 별 영향이 없다. 한일 간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한국의 손해가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하쿠타 나오키는 또 다른 날 방송에서 "사실 한글은 전혀 민중에게 퍼지지 않았다. 복구되지 않아서 거의 잊혔다. 조센징(한반도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은 자기들이 말하고 있는 것을 문자로 쓰는 것을 못 했다.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거짓말을 사실처럼 말했다.
자민당 아오야마 시게하루 의원은 "1951년부터 한국이 제멋대로 독도를 자기네 것으로 했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혐한 발언들이 국내에 알려지자 급기야 DHC 퇴출 운동으로까지 번졌다.
DHC코리아는 공식 사과문을 내며 일본 본사와 선을 그었지만, DHC테레비가 이후 자신들의 한국 비판은 모두 사실이고 한국의 불매운동은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사과 대신 사실상 조롱을 이어가자 불매 운동은 더욱 확산했고, 결국 CJ 올리브영을 비롯한 주요 헬스&뷰티(H&B) 매장에서 퇴출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후에도 혐한 발언은 계속됐다.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은 지난해 11월 자사 홈페이지에 한국계 일본인을 비하하는 표현 '춍토리'를 사용해 뭇매를 맞았다. 춍초리는 조선인을 비하하는 춍(チョン)'과 산토리의 '토리'를 합성한 말이다.
요시다 회장은 당시 "(경쟁업체인) 산토리가 기용하고 있는 모델들은 무슨 이슈에선지 거의 한국계 일본인"이라며 "그래서 인터넷에서 '춍토리'라는 야유를 받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재일 한국·조선인 깎아 내린 DHC 회장 메시지. DHC 홈페이지 캡처
이어 지난 4월 일본 NHK를 비난하는 성명에서 "NHK는 간부, 아나운서, 사원 대부분이 한국계"라며 "특징적인 이름과 돌출된 턱, 납작한 뒤통수 등으로 한국계를 구별할 수 있다"고 발언해 일본 내에서도 '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지난달 24일 핀란드의 캐릭터 무민 상표권을 관리하는 일본 회사는 DHC와의 제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불매 운동 이후 일본의 패션, 뷰티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하게 된 것은 DHC가 세 번째다.
지난 3월 로레알 그룹의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가 16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지난해에는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GU(지유)가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인 지 1년 9개월 만에 오프라인 사업을 모두 접었다.
DHC의 국내 시장 철수 소식을 접하게 된 누리꾼들은 "한국이 미우면 한국에서 팔 생각도 하지 마라", "한국에서 돈 벌면서 비하는 왜 하냐", "한국에 좋은 화장품 많다 잘 가라", "일본 제품 끝까지 불매 운동할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