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도쿄 패럴림픽 남자 태권도 75kg급(스포츠등급 K44)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주정훈이 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 이살디비로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주정훈이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 최초의 태권도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세계 12위)은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급(스포츠등급 K44)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했다. '세계 5위'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RPC)를 24 대 14로 눌렀다.
이번 대회에서 첫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다. 무엇보다 주정훈은 이번 대회 태권도에서 유일한 한국 선수로 출전해 메달까지 따내 의미를 더했다.
주정훈은 앞서 16강에서는 이살디리비로프에 31 대 35로 졌다. 그러나 한국 태권도 사상 첫 패럴림픽 메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8강 패자 부활전에서 파티흐 셀리크(터키·세계 7위)를 40 대 31로 누른 주정훈은 패자 부활 4강에서도 아불파즈 아부잘리(아제르바이잔·세계 9위)를 46 대 32로 제압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출한 동메달 결정전. 이살디비로프와 리매치였다. 두 번째 대결에서는 지지 않았다. 주정훈은 매서운 발차기로 잇따라 득점하며 화끈한 설욕을 펼쳤다.
승리가 확정되자 주정훈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맞벌이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보낸 주정훈은 만 두 살 때 손목을 소여물 절단기에 넣는 안타까운 사고를 겪었다. 한쪽 혹은 양쪽 손목 절단 선수가 출전해 발차기로만 겨루는 태권도 K44 체급 경기에 출전한 이유다.
비장애인 선수와 겨루며 발차기를 갈고 닦은 주정훈은 한때 도복을 벗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복귀했고 한국 태권도 첫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로 역사에 남게 됐다.
경기 후 주정훈은 "이제 상처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면서 "태권도로 돌아오길 잘했다"고 웃었다. 이어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세계에서 3등을 했는데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부모님도 아들 자랑을 많이 하시면 좋겠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치매를 앓고 계신 할머니에게도 주정훈은 "부모님과 함께 메달을 들고 할머니를 뵈러 갈 것"이라면서 "할머니가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도. 손자가 할머니 집에서 다치긴 했지만, 할머니 덕에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었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효심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자라면서 할머니께서 한탄을 많이 하셨다"면서 주정훈은 "우리 손자 너무 잘 컸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다쳤다고 자책하셨지만 이젠 그 마음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든든한 손자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