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연합뉴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검찰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당 의혹을 자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대검찰청도 조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우에 따라 대검도 수사로 전환해 이번 의혹을 둘러싼 투트랙 수사의 가능성도 언급된다.
대검은 10일 "감찰부의 진상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공수처의 관련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대검은 공수처 수사와 중첩되지 않는 범위에서 절차대로 진상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공수처의 요청이 있으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지난 2일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대검 감찰3과는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現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업무용 PC를 확보하고, 제보자로부터 휴대전화도 제출받아 분석하는 등 진상조사에 속도를 올렸다. 감찰부는 진상조사 이후 수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인력 확충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오수 검찰총장. 황진환 기자
이같은 상황에서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는 이날 손 검사와 국민의힘 김웅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김 의원은 범여권 인사들을 적시한 문제의 고발장을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손 검사로부터 받아 당시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에 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전날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김 의원은 사건 주요 관계인일뿐 따로 입건은 하지 않았다.
대검의 진상조사가 한창인 때에 공수처가 한발 먼저 강제 수사에 착수하면서 대검 감찰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당초 한동수 감찰부장은 진상조사만으로는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수일내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수사 착수에 따라 대검은 진상조사만 진행한 뒤 그 결과를 공수처로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수 없는 혐의를 대검 감찰부가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는 식이다. 예컨대 손 검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맞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은 공수처에서 다룰 수 없는 범죄 혐의다. 고발 사주 의혹이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한 감찰부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 위반으로 손 검사를 입건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