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7개월만에 이뤄진 90분에 걸친 전화통화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상대를 향해 뼈있는 말을 쏟아내면서 미중 관계가 협력보다는 경쟁·대립이 더 기본임을 보여줬다.
신경을 먼저 건드린 쪽은 중국이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 정상의 통화가 끝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10일 오후에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9.11 테러 20주년을 하루 앞두고 테러에 대한 미국의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소수민족의 종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다른 나라가 극단주의 테러 세력을 소탕하는 정당한 조치를 음해하고 테러 단체를 이용해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해 11월 신장 위구르족 분리주의단체인 동투르키스단 이슬람운동(ETIM)을 테러단체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테러 조직 소탕을 명분으로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전투를 벌인 미국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을 방치 또는 보호했다는 비난과 분노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연합뉴스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12일 캄보디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선택적인 반테러 행위는 결국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며 "이중 잣대 적용은 국제적 원칙에 어긋나며 특정 민족과 종교를 연결하는 것은 차별과 편견을 조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앞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버려진 미군기로 추정되는 비행기 날개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퍼 나르며 "제국들의 묘지(아프간)에 있는 제국들의 전쟁기계. 탈레반이 그들의 비행기를 그네와 장난감으로 바꿨다"라는 글을 실었다.
한 국가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부 대변인이 자국이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건에 특정 국가를 암시하는 글과 그림을 올리며 조롱하다시피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미국도 만만치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주석을 사실상 겨냥해 독재자라고 불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9·11테러 20주년을 맞아 당시 납치된 비행기가 추락한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을 방문한 자리에서 "21세기에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는 독재자가 많이 있다"며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세계가 너무 빨리 변하고 국민이 너무 분열돼 있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합의를 얻기 위해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이들이 독재자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는데 누가 봐도 중국 시진핑 주석을 겨냥한 말임을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워싱턴 주재 대만 대표부(정확한 명칭은 미국 주재 타이베이 경제·문화 대표처)의 명칭에 '대만'을 넣은 문제를 놓고도 주말에 신경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