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또 한 번 입증한다.
북한은 13일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순항 미사일을 '전략무기'라고 지칭하며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해 1500km 계선의 표적에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불과 수년 만에 순항미사일이라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무기 분야에서도 급속한 진보를 이룬 셈이다.
장기간 개발한 탄도미사일과 달리 제트엔진…북한엔 낯선 기술
순항미사일은 그들이 이미 완성 단계에 다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과 달리 로켓엔진이 아닌 제트엔진을 사용한다.
물론 제트엔진이 로켓 기술보다 특별히 어렵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상당한 기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순항미사일 개발 속도는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장철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최근에야 프로펠러 동력 비행기를 독자 개발한 사실을 언급하며 "김정은 정권이 단기간에 유용한 제트엔진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15년과 2017년에 걸쳐 금성 1호(KN-01)와 금성 3호(KN-19)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긴 했지만 사거리가 약 200km에 불과한 해안방어용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제 구형 실크웜 미사일 등을 개량하거나 역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순항미사일 개발 시점은 이보다 더 최근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3월에도 잇달아 시험발사를 했지만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자세한 성능은 알기 어렵다.
설마 했던 ICBM 이어 SLBM, 이스칸데르도 척척…무력증강 집념
그랬던 것이 이번에는 무려 1500km로 늘어난 사거리와 비행시간 등 구체적인 제원까지 공개하며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북한은 "무기체계 운용의 효과성과 실용성이 우수하게 확증"된 "획기적 성과"와, 적대세력에 대한 "또 하나의 효과적인 억제수단을 보유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과시했다.
북한의 선전이 사실이라면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3-C의 성능과 맞먹는 것이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속도는 낮지만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다. 북한으로선 여기에다 핵탄두 장착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7년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의 발사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북한의 발 빠른 무기 개발과 전력 고도화는 이미 익숙한 장면이다. 설마 했던 ICBM 개발도 2017년 11월 화성 15형 발사로 입증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이스칸데르 회피 기동까지 착착 현실화했다.
국제사회의 오랜 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19 등의 악조건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핵잠수함, 극초음속 무기도 공언…무한 군비경쟁 악순환 우려
그런 점에서 북한이 올 초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핵잠수함, 다탄두 개별유도기술, 극초음속 미사일 탄두, 군사정찰위성 등의 무력 증강 계획도 결코 허투루 볼 수 없게 됐다.
북한이 계기마다 남측의 첨단 무기 도입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자위력 강화의 명분으로 드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도 한미훈련 실시와 우리 군의 SLBM 발사 성공 소식이 전해진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문제는 남북의 이런 '장군멍군'식 맞대응이 자칫 무한 군비경쟁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다. 안보를 위한 군사력 강화가 오히려 안보위기를 부르는 역설적 상황이 되는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우리의 국방력 강화는 방어적이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공격적이라는 편향적 논리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반도 당사자들의 전향적 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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