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엔코 제공 지난 7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은' 공연이었다. 아름다운 음악과 흥미진진한 서사, 세련된 무대가 어우러져 관객을 매혹시켰다.
'하데스타운'은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군 신작이다.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한 후, 같은 해 토니어워즈(제73회)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8관왕을 휩쓸었다. 2020년 그래미 어워즈(제62회)에서 최고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공연 중이다. 브로드웨이는 지난 2일부터 '하데스타운'과 '웨이트리스'를 시작으로 18개월간 닫았던 극장 문을 다시 열었다. 이번 한국 공연은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그리스 신화 속 하데스·페르세포네, 오르페우스·에우리디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지상과 지하 세계를 오가며 교차하듯 보여준다.
에스앤코 제공대사 없이 노래로 극을 전개하는 성스루 뮤지컬인 만큼 넘버(노래)의 여운이 짙다. 재즈바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재즈, 블루스, 포크음악이 쉴새 없이 울려 퍼진다. 7인조 밴드의 흥겨운 라이브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된다.
두 여성 창작진 아나이스 미첼(극작·작곡·작사)과 레이첼 챠브킨(연출)의 합작품이다. 극작가 겸 싱어송라이터인 미첼은 2010년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앨범 '하데스타운'을 발매해 호평받았다. 이후 챠브킨이 합류해 넘버 15곡을 추가했고, 201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2019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하데스타운'의 또다른 묘미는 동시대 감성에 맞는 서사다.
원작에서 뛰어난 '리라'(lyra) 연주자인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한다. 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를 연주로 감동시켜 함께 지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지만 '지상에 도착하기까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철칙을 어겨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다.
뮤지컬에서 오르페우스는 음악가를 꿈꾸는 가난한 소년, 뱀에 울려 죽는 원작과 달리 에우리디케는 궁핍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캐릭터로 변주됐다. 하데스는 지하광산을 독점한 자본가,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지상과 지하를 왔다갔다 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축적한 부를 무기로 지하 세계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하데스가 부당계약을 맺은 에우리디케를 비롯 광산에 고용된 노동자를 착취하는 모습은, 고용주의 갑질이 횡행하는 2021년 우리 사회와 겹쳐진다.
궁극적으로 '하데스타운'은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링이 식은 중년부부로 설정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가 만든 노래를 듣고 난 후 잊고 있었던 사랑의 기쁨을 되찾는다. 그리고 공연은 에우리디케와 페르세포네가 극의 해설자 역할인 헤르메스와 함께 사랑을 노래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이 모질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밝아질 세상을 보았죠.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느껴지시나요? / 저 기차가 오는 소리? 이리 오고 있나요? / 화창한 날, 도착하는 한 열차 기차에서 내린 한 여인 / 모두 그여인을 쳐다보았지 / 다시 봄이 왔네 사랑 노래."(넘버 '지옥으로 가는 길 2' 中)
장대한 그리스 신화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새 생명을 얻었다. 조형균·박강현·시우민이 '오르페우스', 최재림·강홍석이 '헤르메스', 지현준·양준모·김우형이 '하데스', 김선영·박혜나가 '페르세포네', 김환희·김수하가 '에우리디케'를 연기한다.
에스앤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