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은행 앞 줄 선 시민들. 연합뉴스 "빵 훔치는 좀도둑이 없어요. 빵이 없거든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후 한 달이 흐른 가운데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서방 세계는 탈레반이 약속한 여성의 권리 보장과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에 대한 은신처 제공 여부 등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아프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란 지적이다.
세계식량계획은 이달 말 식량 고갈로 1400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인이 아사 직전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불 주민인 압둘라는 "모든 아프간인과 어린이들이 굶주렸다"면서 "밀가루 한 봉지, 식용유 한 병 없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 연합뉴스
외환보유고를 지키기 위해 한 주에 200달러만 인출할 수 있도록 제한해 아프간 은행 앞은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현재 아프간은 일자리도 부족하지만, 공무원조차 최소 지난 7월부터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다.
다행인 점은 카불공항이 정상화되면서 구호 물품을 실은 항공편이 처음으로 도착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국가 전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 1753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아프간 곳곳에서 발생한 폭력과 보복 조치로 인해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은 미국이 1천만 달러(약 117억 3100만 원)의 현상금을 걸고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시라주딘 하카니를 내무부 장관에 임명해 불신의 깊이를 더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세력과 군벌세력의 지지자 간 갈등이 빚어져 총격전까지 벌였고, 이 과정에서 압둘 가니 바라다르 부총리가 살해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탈레반 내부 분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