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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최장기 007에 바치는 헌사 '노 타임 투 다이'



영화

    [노컷 리뷰]최장기 007에 바치는 헌사 '노 타임 투 다이'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캐리 후쿠나가)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시대를 풍미한 스파이물의 전설 '007 시리즈' 6대 제임스 본드이자 '금발의 007'로 논란을 일으킨, 그러나 가장 오랜 시간 007 면허를 유지해 온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드디어 마지막 미션을 마주했다. 그 어느 007보다 상처투성이의 인간적인 모습을 선보였던 다니엘 크레이그가 '노 타임 투 다이'를 통해 가장 007다우면서도 007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보냈다.
     
    지난 2006년 '카지노 로얄'에서 처음 등장한, 시리즈 최초 금발을 가진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의 15년 여정이 '노 타임 투 다이'로 마무리됐다. 금발 007의 등장에 007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도 나왔지만, '카지노 로얄'에서 보여준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은 어딘지 인간적이면서도 온몸으로 악당들에 부딪히는 '제임스 본드' 그 자체였다. 이후 '퀀텀 오브 솔러스'(2008), '스카이폴'(2012, 50주년작), '스펙터'(2015)를 거치며 사랑에 상처받는 동시에 성장한 제임스 본드는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마지막 미션을 수행했다.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007 스펙터'에서 언급된 바 있는 매들린(레아 세이두)의 과거를 보여주며 시작하는 '노 타임 투 다이'는 '카지노 로얄'부터 시작한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며 다니엘 크레이그 007 시대의 마침표를 찍는다.
     
    '카지노 로얄'에서 사랑했던 연인 베스퍼(에바 그린)에게 상처받은 이후 사람을 쉽게 믿지 않게 된 제임스 본드에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 매들린. 그녀 역시 비밀이 존재했다는 걸 깨달으며 본드는 다시 한번 상처받고 MI6를 잠시 은퇴한다. 그러나 자신의 오랜 적이자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 스펙터로 인해 다시 복귀한 본드는 오래된 인연은 물론이고 악연들과 마주해 나간다. 말 그대로 결자해지다.
     
    한 시대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만든 시간을 보내는 영화인 만큼, 영화는 007 시리즈의 전통성과 007 팬들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려 시도한다. 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본드카 애스턴 마틴 DB5와 애스턴 마틴 V8의 등장은 물론, 007이라는 걸출한 하드보일드 스파이물 특유의 서사와 스타일, 액션이 향수를 자극한다.
     
    그러나 동시에 시대가 변했음을 알리는 건 본드의 조력자로 등장한 두 젊은 여성, 이른바 '본드걸'의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3주 훈련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된 새내기 CIA 요원 팔로마(아나 디 아르마스)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제임스 본드와 끈적한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등장한 흑인 여성 007 노미(라샤나 린치)는 존재 자체로도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시간은 흘렀고,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을 담은 영화라는 것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작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여러 '시간'에 대한 말과 이미지를 통해 드러난다.
     
    본드와 매들린이 여행을 간 곳에서 옛것을 버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의미를 가진 축제가 등장하고, 본드의 오랜 CIA 동료 펠릭스는 "같이 해보자, 옛날처럼"이라는 말과 그의 죽음 등 본드 시대가 이제는 과거가 되어가고 있음을 말한다. 과거 연인, 오랜 동료와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본드의 모습은 그가 제임스 본드로 보내온 시간을 차분하게 더듬어간다.
     
    특히 제임스 본드는 그동안 007 시리즈에서 보기 힘들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에 대한 기억을 미래 세대에게 안겨 놓는다.
     
    무엇보다 영화는 오랜 시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며 내면마저 상처로 가득한 제임스 본드를 그냥 그렇게 보내려 하지 않는다.
     
    '노 타임 투 다이'에 등장해 세상을 위협하며 사상 최악의 미션을 던져 준 생화학 무기의 이름은 '헤라클레스'다. 오프닝 시퀀스부터 미네르바 여신을 연상하게 만드는 신화적 존재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름과 같은 무기의 등장은 제임스 본드 일대기를 영웅 서사화한다.
     
    신화 속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독에 당한 뒤 불길 속에서 몸이 타들어 가지만, 제우스에 의해 하늘로 오르게 된다. 땅에서 헤라클레스가 이룬 공로를 인정받아 올림푸스 신의 위치에 오르는데, 이러한 헤라클레스의 여정은 제임스 본드의 여정과 닮았다. 역경과 상처 속에서도 끝까지 과업을 완수한 헤라클레스처럼 역대 제임스 본드 중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상처 받은 007 요원인 그에게 '노 타임 투 다이'는 영웅의 지위를 선사한다.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카지노 로얄'을 시작으로 '노 타임 투 다이'까지 다섯 개 시리즈를 거치며 영국과 세상을 구한 과업,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서 007 시리즈에 기여한 공로, 15년 만에 마지막 미션을 수행한 제임스 본드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다. '007 시리즈'라는 현대판 영웅 서사 속 주인공이라는 의미를 담은 헌사 말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를 보내는 마지막 영화인 만큼 역대 최장 러닝타임인 163분 안에 시리즈 최다 캐릭터 라인업과 시리즈 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여 역대급 스케일의 액션과 로케이션을 선보인다. 시리즈 최초 IMAX(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오프닝 액션 신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어떻게 제임스 본드로 인정받을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본드의 퇴장을 알리는 시리즈라 그런지 감성이 많이 들어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드의 팬들에게는 충분히 애틋함을 남길 영화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는 떠났지만, '제임스 본드는 돌아온다'는 말처럼 과연 누가 007 면허를 이어갈지 기다려진다.
     
    163분 상영, 9월 29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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